'美 301조 관세' 한숨 돌렸지만…'관세 진화'에 韓 기업 셈법 복잡
상호관세 막히자 122조 이어 301조로 전환
과잉생산 조사도 남아…정부 "기존 합의 준수해야"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강제노동 관세 총 12.5%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과잉생산을 근거로 한 추가 관세 가능성도 남아 있어 국내 산업계는 최종 관세 수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상호관세가 위법 판결로 무산된 뒤 무역법 122조, 다시 무역법 301조로 법적 근거만 바뀐 채 관세 장벽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4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미국은 23일(현지 시각)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제도 부재와 집행 미비를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60개 국가·경제권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은 일본·스위스와 함께 기본관세율을 포함해 총 12.5%의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기존 관세에 12.5%포인트가 일률적으로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본관세와 301조 관세를 합쳐 12.5%를 맞추는 방식이다.
이번 관세는 현지 시각 24일부터 시행돼 같은 날 종료되는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글로벌 관세를 대체한다.
미국은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자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전 세계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122조 관세는 최장 150일까지만 적용할 수 있어 이번에는 무역법 301조로 법적 근거를 바꿔 관세를 이어가게 됐다.
다만 자동차·철강·알루미늄·반도체 등 기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과 원자재 등 일부 품목은 이번 301조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조치로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 수준은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15%를 넘지 않았다. 다만 직전까지 적용된 10% 글로벌 관세와 비교하면 관세가 2.5%포인트(p) 인상돼 국내 수출기업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배터리와 가전,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산업도 원칙적으로 이번 관세 체계의 영향권에 놓인다. 업종별로 다른 관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현지 생산 여부와 개별 품목의 MFN 관세율, 예외 적용 여부 등에 따라 실제 부담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LG전자는 테네시에서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물량은 수입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배터리 업계 역시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지속해서 확대해 왔다. 다만 가전과 배터리 모두 한국이나 제3국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완제품과 소재·부품은 품목별 관세 적용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석유화학도 개별 품목의 관세와 예외 여부, 대미 수출 비중 등에 따라 실제 영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결국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완제품에 대한 관세 리스크를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기지 간 소재·부품 조달까지 고려하면 기업들의 공급망 셈법은 한층 복잡해진다.
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번 12.5%가 최종 관세 수준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USTR은 강제노동과 별개로 한국을 포함한 16개 국가·경제권을 대상으로 제조업의 구조적 과잉생산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부도 추가 관세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미국 측과 잇달아 만나 강제노동 및 과잉생산 관련 301조 관세를 논의했다. 정부는 미국 측에 기존 한미 무역 합의를 준수하고 강제노동과 과잉생산 관련 301조 관세가 총 15%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 측도 기존 무역 합의가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강제노동 관세 확정으로 당장의 불확실성은 일부 걷혔지만, 과잉생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기업들의 최종 관세 부담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 혼선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보다 관세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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