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두는 물류센터와 다르다"…택배업계, 허브 맞춤 화재대응 강화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로 안전관리 재점검…풀필먼트와 운영구조 차이
한진, 전국 200여개 거점 긴급점검…롯데, 스마트 피난·무선경보 확대

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13일 경기 부천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CJ대한통운 택배 차량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5.8.13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로 대형 물류시설의 안전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택배업계도 전국 허브와 터미널의 화재 예방·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택배 허브는 상품을 장기간 보관하는 풀필먼트센터와 달리 전국에서 모인 화물을 밤사이 분류해 다시 내보내는 통과형 시설이다. 상시 쌓아두는 상품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대형 자동분류기와 컨베이어, 전기설비가 밀집해 있고 리튬배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화물이 거쳐 가는 만큼 시설 특성에 맞춘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정기 소방점검과 비상훈련을 실시하고 자동화설비와 전기 시설, 배터리 화물 등 택배시설의 특성에 맞춘 화재 예방·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 쿠팡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대형 물류시설의 화재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소방당국은 합동조사단을 꾸려 발화 원인과 전기설비 관리 상태, 방재시설 작동 여부, 화재 확산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밤에 모아 새벽에 출고…"풀필먼트와 다른 '통과형 허브'"

택배업계는 상품을 장기간 보관하는 풀필먼트센터와 택배 허브터미널을 운영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택배 허브는 밤사이 들어온 화물을 분류한 뒤 곧바로 각 지역으로 내보내는 통과형 시설이다. 장기 적치에 따른 화재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자동분류기와 컨베이어, 전기설비가 밤새 가동되고 리튬배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화물이 오가는 만큼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에는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 택배 물량이 밤늦게 집결한다. 화물은 컨베이어와 자동분류기를 거쳐 배송 지역별로 나뉜 뒤 같은 날 밤이나 다음 날 새벽 각 지역 터미널로 다시 출발한다.

주문이 들어올 때까지 상품을 보관하는 풀필먼트센터와 달리 택배 허브에는 화물 체류 시간이 짧다. 반입과 분류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작업 인력이 상시 근무해 이상 징후를 빠르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로 꼽힌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터미널은 물건을 상시 적치하는 시설이 아니라 밤에 들어온 물량을 분류해 새벽에 바로 내보내는 구조"라며 "일반적인 풀필먼트센터와는 운영 방식과 화재 대응 여건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화물의 체류시간이 짧다고 해서 화재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택배 허브에는 대형 자동분류기와 컨베이어 모터, 분전반 등 전기설비가 밀집해 있고 휴대전화와 전동공구, 소형가전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도 대량으로 통과한다.

택배사들도 장기 적치보다 자동화 설비의 과열과 전기적 이상, 배터리 발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조기 감지와 초기 진압 체계를 보강하고 있다.

5일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들이 분주히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2024.9.5 ⓒ 뉴스1 민경석 기자
전국 거점 긴급점검…배터리 화재·대피 기술까지 대비

한진은 물류센터와 택배터미널 등 전국 200여개 주요 물류 거점에서 전문업체를 통한 정기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전 물류 거점을 대상으로 자체 점검에 나서 운영 중인 물류센터의 스프링클러 설비 현황과 전기 시설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실내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화재 위험 요인과 주의 사항도 각 현장에 전달했다.

한진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대규모 화재 사고에 따라 전 물류 거점을 대상으로 자체 소방점검에 나섰다"며 "스프링클러 설비와 전기 시설을 확인하고 현장에 주요 화재 위험 요인에 대한 주의 지침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리튬배터리 화물 등 택배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한 훈련도 이어가고 있다. 한진은 지난달 경기 백암지점에서 기업 간 거래(B2B) 운송 중이던 리튬배터리 화물에 불이 붙은 상황을 가정해 비상훈련을 진행했다. 현장 작업자가 화재를 발견해 119에 신고하고 배터리 전용 소화기와 소화포로 초기 진압에 나서는 과정을 실제 대응 절차에 맞춰 점검했다.

현장 종사자가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작업을 중지하고 신고하거나 개선을 제안할 수 있는 '안전신고·제안 제도(SRS)'도 운영한다. 전문업체의 정기점검과 회사 자체의 수시·특별점검에 현장 신고 체계를 더해 위험 요인을 조기에 찾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정기·상시 점검과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센터마다 자위소방대를 꾸려 화재 발생 초기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소방안전관리 1급·특급에 해당하는 물류센터에서는 관할 소방서와 연 1회 이상 합동점검도 진행한다.

시설별 특성을 반영한 화재 안전 기술도 시험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주관하는 물류시설 화재 안전 분야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에 시범사업자로 참여해 피난과 감지, 화재 확산 방지 기술을 주요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 4월 충북 진천 중부권메가허브터미널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바닥에 레이저 화살표를 비춰 대피 방향을 안내하는 '스마트가이드'를 실증했다. 복잡하고 어두운 물류시설에서도 피난 방향을 쉽게 확인하도록 개발한 장치로, 회사는 기존 피난유도등만 사용할 때보다 피난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천과 양산 등 주요 물류센터에서는 화재 확산을 막는 방화셔터와 난연소재 마감공법, 냉동·냉장창고에서 연기를 빠르게 포착하는 감지시설의 효과를 검증 중이다. 주요 사업장에는 무선 화재경보 시스템과 경광 사이렌을 도입했으며 근로자가 상주하지 않는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서는 차량 하부 배터리팩에 직접 물을 뿌릴 수 있는 전문 관창 장비와 초기 진압 절차를 마련했다. 파트너사에는 안전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안전담당자를 대상으로 별도 교육을 진행한다. 현장 근로자가 안전 관련 고충이나 위험 요소를 제보할 수 있는 '안전 핫라인'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표준화된 화재 대응 시스템과 함께 센터별 특성과 화재 취약 설비를 반영한 맞춤형 예방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물류거점별 화재 안전 인프라를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