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반도체 다음은 '로봇'…삼성전자, 로봇 전환 청사진 나왔다

DX부문장 직속 RX사업추진실 신설…로봇 기술 경쟁력 결집
삼성 제조 현장서 로봇 기술 고도화…B2B→B2C 시장 확장

서울시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지하에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2026.7.7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RX(Robotics eXperience) 사업추진실'을 신설한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로봇을 낙점하고 본격 개발에 나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 진행해 온 로봇 개발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진입했고 곧 외부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삼성전자의 RX 전략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범용 로봇을 개발하고 이를 삼성전자 국내외 생산 공장에 투입해 기술 검증을 진행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로봇 완성도를 높여 외부에 판매하는 형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외 모든 생산 공장을 '인공지능(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인재와 로봇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을 영입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운영 방향을 포함한 로봇 전략을 주도한 이동건 부사장을 영입했다. 또 지능형 자율 로봇 시스템 및 로봇 제어 분야의 구루인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로봇 손(Hand) 분야 선두주자인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도 RX사업추진실에 합류한다.

DX부문장 직속 RX 조직 출범…서울R&D캠퍼스·구미 데이터 팩토리 연계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부문장 직속 'RX(Robotics eXperience) 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 RX사업추진실은 △중장기 로봇 사업 전략 수립 △하드웨어와 AI·소프트웨어 핵심기술 개발 △디자인 △상품기획 등 사업화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추진체계로 운영된다.

RX사업추진실은 사업 추진력과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부문장이 직접 조직을 이끌 예정이다.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고 차세대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간 전사적으로 축적해 온 로봇 관련 역량과 기술 경쟁력을 하나로 결집한 것이다.

RX 조직 신설은 로봇을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큰 축이자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키우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로봇 경험과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4년 말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고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RX사업추진실 출범은 그간 축적한 역량을 사업화 단계로 끌어올리는 후속 조치다.

RX사업추진실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R&D캠퍼스를 메인 거점으로 삼아 로봇 관련 인력 근무지를 통합해 협업 환경을 제공한다. 로봇의 핵심 경쟁력인 데이터 활용 강화를 위해 구미사업장에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해 로봇의 빠른 현장 투입 기반을 마련한다. 서울R&D캠퍼스의 연구조직과의 밀착 협업을 통해 로봇 지능화·제어 고도화를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로봇 기술 수준이 빠르게 발전하는 미국, 중국, 일본에 각각 글로벌 연구거점을 두고 현지 특화 기술 및 생태계 활용, 적극적인 인재 확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7 ⓒ 뉴스1 김영운 기자
글로벌 최고 수준 전문가 영입…로봇 핵심 분야 역량 강화

삼성전자는 RX사업추진실 출범과 함께 로봇 분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운영 방향을 포함한 로봇 전략을 주도한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이 이번 조직 개편에서 Robotics전략팀장으로 선임돼 중장기 로봇 사업 로드맵을 담당한다.

RX사업추진실에는 지능형 자율 로봇 시스템 및 로봇 제어 분야의 구루인 김현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도 합류한다.

김현진 교수는 서울대 자율로봇연구실(ICSL)을 이끌며 자율주행 로봇, 무인 비행체, 로봇 매니퓰레이션, 다중 로봇 협업, 안전성을 보장하는 제어 등 지능형 자율 시스템 전반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축적해 온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로봇 손(Hand)과 조작(Manipulation) 분야의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도 RX사업추진실에 합류한다. 김의겸 교수는 인간의 손을 본뜬 고성능 인간형 로봇 손과 다자유도 그리퍼, 정밀 촉각센서 개발을 선도해 왔다.

두 교수의 합류로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핵심 난제로 꼽히는 로봇 손·조작(매니퓰레이션) 기술과 자율 제어 역량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로봇 하드웨어, AI·소프트웨어 등 분야별 임원급 전문가를 추가로 확보해 로봇 기술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AI 자율공장'서 로봇 고도화…최대 난제 '로봇 손' 개발도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화 방향은 제조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시장을 단계적으로 넓혀가는 전략이다. 제조용 휴머노이드를 자체 생산라인에 먼저 투입해 데이터를 쌓은 뒤 '고지능 다목적 휴머노이드'로 발전시키고 역량이 무르익으면 B2B에서 B2C로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2030년까지 추진 중인 AI 자율공장에 우선적으로 로봇을 배치한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출하까지 전 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품질 △생산 △물류 AI 에이전트와 △오퍼레이팅봇 △물류봇 △조립봇 등 휴머노이드형 제조 로봇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실제 공정에서 얻은 데이터로 로봇을 반복 학습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자재 이송, 조립, 설비 제어 등 현장 작업을 수행하며 쌓인 데이터를 학습에 반영해 조작 정밀도와 작업 범용성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한다. 이렇게 축적한 현장 경험이 '범용 로봇'으로 발전시키는 학습 기반이 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부품과 배터리, AI 반도체, 완제품 제조까지 로봇 밸류체인을 삼성그룹 안에서 폭넓게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난제인 로봇 손(덱스터러스 핸드) 개발을 위해 협력과 역량 내재화도 병행 중이다. 덱스터러스 핸드는 휴머노이드 부품 원가에서 17%~31%를 차지할 만큼 기술 장벽과 비용 부담이 크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핸드 선도업체와 전략적인 기술 협력을 통해 핸드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핸드 분야의 구룹급 전문가인 김의겸 교수가 이번에 합류하는 로보틱스 매니퓰레이션(Robotics Manipulation) 개발팀에서 핸드를 비롯한 지능 조작 기술 전반에 대한 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 해외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 M&A와 스타트업 투자 등 미래 기술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혁신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해 글로벌 로봇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