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장마에 닫힌 실내 공기…공기청정 넘어 '환기청정' 뜬다

공기 재순환 넘어 외기 공급·오염물질 배출…제습·열회수까지 결합
경동나비엔·귀뚜라미·힘펠, 건설사 납품서 렌탈·관리시장으로 확장

/뉴스1 DB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공기청정기 중심이던 실내 공기 관리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창문을 닫고 냉방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것만으로는 습도와 이산화탄소, 조리 냄새 등 생활 오염물질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공기청정기는 '공기 순환'…환기청정은 '공기 교체'

21일 업계에 따르면 냉난방·환기업체들은 오염된 실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외부 공기를 정화해 들이는 환기청정 시스템을 앞세워 실내 공기 관리 시장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환경부는 '제5차 실내공기질 관리 기본계획'에서 폭염과 폭우로 실내 체류시간과 습도가 늘면서 미생물 오염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환기설비 가동에 따른 에너지 사용까지 고려해 실내 공기질과 냉난방 효율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를 흡입해 미세먼지와 일부 유해물질을 걸러낸 뒤 다시 내보낸다. 환기청정 시스템은 오염된 실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면서 바깥 공기를 필터로 정화해 공급한다. 공기청정기가 공기를 재순환한다면 환기청정은 집 안의 공기 자체를 바꾼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힘펠 등은 환기와 공기청정에 제습·열회수·건조 기능을 결합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공동주택과 상업시설에 설비를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에서 나아가 필터 교체와 내부 세척, 성능 점검 등 소비자 대상 관리서비스까지 공략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2006년 환기시스템 사업에 진출한 뒤 2019년 공기청정 기능을 결합한 환기청정기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제습 기능까지 추가했다. 최근에는 인덕션과 주방 후드를 환기청정기에 연동해 조리 중 발생한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부족해진 공기를 자동으로 공급하는 통합 시스템을 내세우고 있다.

귀뚜라미도 보일러와 산업용 냉난방공조 기술을 가정용 환기시장에 적용하고 있다. 덕트형과 무덕트형 제품을 함께 운영해 신축 공동주택뿐 아니라 원룸·오피스텔과 상업시설까지 공급처를 넓혔다.

환기 과정에서 냉난방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열회수 기능도 공기청정기와 구별되는 부분이다. 실내 공기를 배출할 때 빠져나가는 냉난방 에너지 일부를 회수해 새로 들어오는 외부 공기의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창문을 열지 않고 환기하면서 냉방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건설사 납품 넘어 필터·세척까지

업체들은 제품 판매 이후 발생하는 관리 수요에도 주목하고 있다. 환기설비는 필터 교체와 내부 세척, 성능 점검이 주기적으로 필요해 한 번 설치하면 지속적으로 고객과 접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은 환기청정기 렌탈케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자사 제품에 한정했던 세척·필터 교체 서비스를 다른 제조사 제품까지 확대했다. 기존 공동주택에 설치된 환기설비를 관리서비스 매출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힘펠은 건설사 납품 중심이던 환풍기 사업을 욕실·드레스룸용 생활가전으로 넓히고 있다. 욕실 환기가전 '휴젠뜨'에 환기와 온풍, 제습·건조 기능을 결합하고 드레스룸에는 빌트인 제습기를 적용했다. 습기와 냄새가 집중되는 공간을 별도의 가전시장으로 세분화한 것이다.

환기청정기가 단기간에 공기청정기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동형 공기청정기는 별도 공사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중앙식 환기설비는 덕트와 외기 연결구가 필요해 설치 여건이 과제로 꼽힌다 .

업계에선 렌털가전 업체는 제습과 센서, 정기 관리서비스를 더해 공기청정기의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냉난방·환기업체는 열회수와 설비 관리까지 집 전체 공기를 관리하는 차별화로 실내 공기 관리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