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가 던지는 새 관점 읽어내는 사람이 AI 시대 주도"

"AI 활용 선택 아닌 필수…잘 쓰는 사람이 격차 더 벌린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가 16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AI 시대, 살아남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리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15일부터 18일까지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대한민국, AI 강국으로의 대도약(THE AI-DRIVEN KOREA)'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약 400명의 기업인이 참가해 AI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과 미래 경영 방향을 모색한다.(한경협 제공)

(제주=뉴스1) 박기범 기자 =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는 16일 "AI가 던지는 새로운 관점을 읽어내고 활용하는 사람이 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사고하는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국경제인협회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서 '알파고 10년, 이세돌의 복기' 주제로 강연에 나서 "AI 시대에는 신념과 철학은 지켜야 하지만 고정관념은 내려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바둑계 사례를 들며 AI 활용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둑은 일반 산업보다 5년 정도 먼저 AI 시대를 맞았다"며 "처음에는 AI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함께 공부하며 점차 이해하게 됐고, 지금은 AI를 활용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AI가 보급되면 모두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며 "상위 기사들이 AI를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서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를 단순한 질문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과 에이전트 수준으로 활용하는 사람의 차이는 문맹의 차이 이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AI 활용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의 가장 큰 가치로 인간의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꼽았다. 이 교수는 "알파고는 인간 프로기사들이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두지 않았던 '33' 자리를 거리낌 없이 선택했다"며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두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에 프로가 된 뒤에도 그 수를 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인간이 가진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창의적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며 "다른 산업에서도 AI가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것이고, 그것을 읽어내는 사람이 AI를 선도하고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도 준비의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돌이켜보면 AI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도, 대국을 준비하는 자세도 부족했다"며 "1~3국은 준비 부족이 치명적이었고 충분히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4국에서는 초반이 아닌 중반 승부를 준비했고, 68번째 수는 제 바둑 인생 30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린 결정이었다"며 "AI 시대는 한 번도 내려보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AI 시대에도 인간만의 역할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파고 이후 인간과 AI의 역할은 이미 나뉘었다"며 "AI는 명확한 규칙과 제한된 환경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보이지만, 인간은 방향을 제시하고 기획과 설계, 철학을 담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AI는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들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서사와 신념, 철학이 없다"며 "AI 활용이 당연해지는 시대에는 결국 인간만의 서사와 철학을 얼마나 녹여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연 말미에는 바둑의 '복기'를 AI 시대의 자세에 빗댔다. 이 교수는 "바둑은 승패가 나도 복기까지 해야 대국이 끝난다"며 "성공이든 실패든 되돌아보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존중과 배려, 책임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AI 시대를 헤쳐 나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