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수주 실패에도 경쟁력 입증…사우디·그리스서 반전(종합)

獨 TKMS 박빙…NATO 변수에 고배, 기술력은 인정받아
캐나다 실패 딛고 사우디·그리스·필리핀 등 정조준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8.26 ⓒ 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화오션(042660)이 총사업비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최종 수주에 실패했지만 이번 수주전을 통해 글로벌 디젤 잠수함 시장에서 기술 역량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수함 종주국'으로 꼽히는 독일과 최종 결선에서 1대1 구도를 형성하며 사업 수행 능력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와 그리스 등 차기 잠수함 수주전에선 반전을 노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캐나다가 독일을 선택한 이유가 잠수함 성능보다는 나토 공동 방위망 이점이 작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잠수함 명가' 獨 TKMS와 끝까지 경쟁…유럽 강호 제치고 기술력 입증

7일(현지시간) 캐나다 정부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국방부는 3000톤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를 선정했다. 한화오션은 적격 후보(숏리스트)에 최종 선정되며 끝까지 경쟁을 이어갔으나 최종 수주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을 통해 대형 디젤 잠수함 설계 및 건조 역량을 국제 시장에서 검증받은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TKMS 중심으로 흘러가던 수주전에서 독일과 노르웨이 정부까지 전면에 나서게 만든 것 자체가 한화오션, 한국 잠수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란 평가다.

당초 이번 사업에는 프랑스 나발 그룹(Naval Group), 스페인 나반티아(Navantia), 스웨덴 사브(Saab) 등 유럽 주요 방산업체들이 참여했으나, 한화오션은 이들을 제치고 독일 TKMS와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종 평가 과정에서 한화오션의 기술력은 상당 부분 인정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실전 배치해 운용 중인 3000톤급 '장보고-Ⅲ(KSS-Ⅲ) 배치-II'를 제안했다. 독일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잠수함 '212CD'로 입찰에 나섰다.

캐나다 정부는 평가 단계에서 한화오션과 TKMS가 제안한 잠수함이 모두 자국 해군의 요구 성능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기술력에서는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TKMS는 전 세계 20개국 해군에 잠수함을 수출한 실적이 있는 잠수함 명가인 점을 고려하면, 캐나다의 이같은 평가는 한화오션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오히려 한화오션의 빠른 납기가 강점으로 꼽히자, 독일과 노르웨이는 기존에 주문한 212CD 잠수함 생산 순번 일부를 캐나다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제시할 정도로 수주전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캐나다 놓쳤지만 사우디·그리스·페루 정조준

업계에서는 유럽 주요 방산업체들과 경쟁해 최종 단계까지 진입한 경험 자체가 향후 수주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시선은 이미 수요가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그리스, 페루 등으로 향하고 있다. 해군 전력 강화와 노후 함정 교체 수요가 맞물린 거대 시장들이다.

사우디에서는 약 6조 원 규모로 3000톤급 잠수함 4척을 도입하는 사업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에서 해군력 강화 움직임이 확대되는 가운데 잠수함 도입 수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페루는 HD현대중공업과 1500톤급 잠수함 공동 개발 및 건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도 약 4조6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필리핀의 약 2조 원 규모 첫 잠수함 도입 사업, 모로코의 잠수함 2척 건조 사업 등도 잠재 시장으로 꼽힌다.

한화오션 지난해 콘퍼런스콜에서 "필리핀·콜롬비아·칠레·그리스 잠수함 사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동에서도 군함에 대한 니즈가 있어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들 사업의 구체적인 발주 일정과 수주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와 페루 관련 사업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사업 일정은 각국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협의가 진행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민관 협력 경험 '수출 자산'

이번 수주전에서 민관이 원팀을 이뤄 전방위적 지원을 펼친 점은 향후 K-방산 수출 과정에서 중요한 학습효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에서는 나토 회원국 간 상호 운용성을 근거로 독일의 우세를 점쳤으나,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경쟁 구도를 대등하게 끌어냈다.

실제 최종 선정 과정에서 함정 자체 성능보다는 현지 산업 기여도와 공급망 구축, NATO 기반 협력 등 외교·전략적 요소가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TKMS 잠수함은 독일·노르웨이와 동일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동 운용과 정비, 부품 공급망을 공유할 수 있다.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운용 체계와의 연계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로 출국하는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점 역시 이 같은 외교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수주에 이르지 못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형 잠수함의 경쟁력을 검증받은 계기가 됐다"며 "향후 다른 국가의 사업에서도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