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中 메모리 4파전, 이젠 속도…"日 5조 지원, 52시간 유예라도"
반도체 양산 능력 빠른 확대, 메모리 패권 좌우
美·中·日, 세제 혜택+현금 지원까지…韓도 '파격' 지원 나서야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질주를 견제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국가 차원의 압도적인 지원을 받아 대대적인 캐파(CAPA,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 동시에 인공지능(AI) 시대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에 이어 과거 '반도체 왕국'으로 불린 일본까지 합세하면서 기업 및 국가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마이크론은 일본에 1조 5000억 엔(약 14조 2000억 원)을 투자,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고 CXMT도 상하이에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캐파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서남권에 신규 반도체 팹(Fab)을 2기씩 건설하는 데 8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수요가 이미 초과 상태라 양산 능력을 빠르게 키우는 속도전이 반도체 패권 경쟁의 승부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광주 군 공항 부지로 낙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평탄화 작업이 완료돼 있어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주요국이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산업 현장의 요구를 적기에 해결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은 AI 메모리 생산을 위해 일본 히로시마 공장 신규 팹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공장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AI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미국 뉴욕주 오논다가 카운티에서도 뉴욕 메가팹을 착공 중이며 아이다호 본사 부지에는 약 22조 원을 투자, 연구개발(R&D) 시설과 최첨단 D램 생산 시설도 건설 중이다.
중국의 CXMT는 현재 베이징 등에 팹을 갖추고 있는데 신규 투자도 계획 중이다. CXMT는 올해 하반기 기업 공개(IPO)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 상하이에 현재 본사 공장의 두 배가 넘는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 역시 대대적인 생산 능력 확보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광주에 2기의 팹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충남 천안·온양에는 HBM 팹을 구축하기 위해 5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서남권 반도체 공장 건설에 400조 원을 투자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공을 위해 약 600조 원을 투입하며 청주에도 약 100조 원을 투자, 낸드 신규 팹 건설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시장 선점을 위한 속도전이 상당하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의 혜택을 최대한 받기 위해선 경쟁사보다 빠른 캐파 확대가 유리한 까닭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빠르게 캐파를 늘려서 생산량을 늘려야 유리하다"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캐파 경쟁을 벌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민관합동 점검 회의를 열고 "행정 절차 지연으로 투자 집행이 늦어지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고 광주 군 공항 부지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입주하기로 한) 광주 군 공항 지역은 약 250만평 규모의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공항 특성상 이미 평탄화가 완료돼 있는 만큼 부지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서도 "기업의 요청에 따라 당초 계획된 팹 10기 투자가 훨씬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토지 보상부터 전력, 용수 공급까지 전반적인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며 "가동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글로벌 반도체 초과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속도전과 함께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지원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과거의 반도체 강국이라는 영광을 되찾기 위해 반도체 기업 유치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 확장 건설 비용 지원을 위해 최대 5000억 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마이크론 신규 공장 건설 필요 자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역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2016년 설립한 후 2023년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CXMT에는 중국 지방정부가 2조 6000억 원을 투자했고 중앙정부 역시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CXMT에 대한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금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자본 출자,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보조금을 지급해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도체 쇼티지 상황에서 중국의 CXMT가 내수를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 역시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에 적극적이다. 강훈식 실장은 반도체 추가 세수 활용 방안으로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전력과 용수 등의 인프라 확장에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도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지원에 대해 "정부에서 확실히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정부 차원의 지원 약속도 있다.
우리나라와 해외의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 차이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여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인도 등의 조 단위의 보조금,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며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성공적인) 캐파 경쟁을 위해 인프라 확대, 인재 지원을 빠르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지난해 반도체 특별법 제정 당시 제기됐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을 위해선 반도체 산업에 대해선 주 52시간제 (적용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시간과의 싸움이고 제품 납품을 위해선 경쟁 업체보다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는) 법적인 규제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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