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내대출 '국평 제한'…"가격 아닌 크기 제한, 어느 시대냐"
무주택 직원 5억원 사내 대출…수도권·광역시 85㎡ 이하만 해당
직원들 '반발' 기류…"다자녀 정책은 어디로"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사내대출 제도 생긴다고 해서 좋아했더니만 나도 좀 큰 평수에 살아보자", "정부도 회사도 어이가 없네요","대출을 평수로 제한하는 게 맞나요"
삼성전자(005930)가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주거안정대출 대상 주택을 수도권과 광역시 기준으로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5㎡ 이하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사내에서 실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는 반응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노사 임금협상 합의에 따라 무주택 임직원에게 연 1.5% 금리로 최대 5억원의 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상환 기간은 최장 10년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와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를 고려해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만 대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한 만큼 삼성전자 역시 이에 준하는 형태로 제도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주택 임직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한다는 제도의 취지는 유지하되, 지원 범위를 조정한 것이다.
아직 정식으로 공지되기 전이지만 사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와 노조 게시판 등에는 "대출 한도가 아니라 평수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 기준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다자녀 가구 등 가족 구성원이 많은 직원들의 주거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가 기업의 자율적인 복지제도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기업이 인재 확보와 장기근속을 위해 마련한 복지제도까지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기업 복지의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제도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기업의 사내 금융지원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기준 마련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단순한 사내 대출 기준 변경이 아니라 정부 정책이 기업 인사·복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우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주거 지원은 대표적인 복지 수단인 만큼, 향후 다른 대기업들의 제도 운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와 세부 사항의 조율을 마친 다음 이달 내로 대출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재 사내대출 규모를 감안하면 집값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닌 만큼 정부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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