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시장, '새벽배송' 쟁점 재점화…노사정, 제도 보완 논의 재개

2021년 합의 이후 시장 급변…CLS 등장·새벽배송 확산에 '새 과제'
합의 못한 쟁점은 국회로…업계·노동계 모두 "변화 반영" 공감 속 해법 엇갈려

10일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6.2.10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새벽배송 확산과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시장 안착으로 택배산업을 둘러싼 제도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2021년 택배 사회적 합의 이후 시장 구조가 크게 바뀌면서, 당시 틀을 유지할지 아니면 제도를 다시 설계할지를 둘러싼 노사정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배송시장 달라졌다…업계 "현실 반영한 제도 재설계 필요"

6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 사회적 대화는 2020년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정부와 국회, 업계, 노동계가 참여해 출범했다. 2021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분류작업 배제 △사회보험 가입 확대 △심야배송 제한 △주 60시간 이내 근무 등 노동환경 개선 방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후 시장은 빠르게 재편됐다. 새벽배송은 일부 업체의 차별화 서비스를 넘어 주요 유통사의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고, 당시 논의 대상이 아니었던 CLS 역시 주요 택배사업자로 성장했다. 기존 택배사업자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와 실제 시장 구조 간 괴리가 커지면서 그간 미뤄졌던 쟁점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2021년 사회적 대화와 현재 논의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논의가 택배기사 과로사와 분류작업 부담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현재는 새벽배송 확대와 야간배송, 신규 사업자 등장 등 변화한 시장 구조를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핵심 의제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2021년 사회적 합의의 기본 취지는 유지하되, 현재 시장 구조에 맞는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1년과 지금은 업계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당시에는 CLS가 논의 대상이 아니었고 새벽배송도 지금처럼 시장의 큰 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대화가 재개되면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며 "변화한 산업 구조를 반영한 전반적인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쟁점은 국회로…노동계 "합의 틀 유지" vs 정치권 입법 추진

변화한 시장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와 기존 합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면서, 제도 보완 방향을 둘러싼 갈등도 점차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택배 사회적 대화는 올해 4월까지 이어졌지만 사회보험료 원청 부담과 배송시간 제한 등 핵심 쟁점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이견이 있는 사안은 국회 입법 논의로 넘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 이후 추가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견이 있는 부분은 입법으로 논의하기로 방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사회적 대화와 입법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은 입법으로 추진하고 가능한 부분은 사회적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며 "사회보험료 원청 부담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기존 합의 틀 유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충효 한국노총 전국택배산업노동조합 대외협력본부장은 "사회적 대화는 중단되는 개념이 아니라 산업이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택배비 인상 문제를 둘러싼 시각 차이도 뚜렷하다. 하 본부장은 "사회보험료는 건당 20원 수준으로 논의됐던 사안"이라며 "이를 이유로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것은 가격 인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운임 체계 확립"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와 노동계, 정치권 모두 제도 보완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제도의 방향을 둘러싼 시각 차이는 분명하다. 논의의 초점이 노동환경 개선에서 시장 구조 반영으로 이동한 가운데, 기존 합의 틀을 유지하려는 노동계와 제도 재설계를 요구하는 업계 간 충돌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