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한국 경제성장률 2.7% 전망…반도체 슈퍼사이클 견인
경상수지 사상 최대 2250억 달러 흑자…K자형 양극화 우려
중동전쟁 종전, 하방리스크 완화…유가·물가·환율 상승 부담↓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2.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2026 한국경제 전망, 기회와 리스크의 분기점' 세미나를 통해 작년 1.1%에 그쳤던 성장률이 올해 2.7%로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2년 만에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확장 국면으로의 복귀다.
다만 올해 최대 하방 변수였던 중동발 리스크가 종전으로 완화됐음에도 성장이 반도체에 쏠린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해 한경연은 반도체 중심의 회복세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할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K자형 양극화는 경제·산업·고용·자산 등에서 한쪽은 빠르게 회복·성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정체·후퇴하며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 반도체·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과 내수·자영업·전통산업의 부진이 맞물리며 K자형 양극화에 대한 경고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 강화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 활황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화려한 외양에 가려 구조적 취약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회복의 신호와 구조적 과제가 공존하는 지금을 경제 체질 개선과 성장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승석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2026 한국경제 전망과 전환의 과제' 발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는 잠재성장률(2.0%)을 0.7%p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지난해 1.1% 저성장에서 벗어나 2년 만에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1분기 깜짝 성장의 기저효과로 상반기 3.4%에서 하반기 2.0%의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성장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견인하고 정부 소비가 하방을 보완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2.7%는 답이 아닌 질문"이라며 "경제 회복의 온기는 아직 고르지 않다"고 평했다. 성장동력이 반도체 등 일부 부문에 편중돼 회복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민간소비는 소득 개선과 추경 효과에도 누적된 물가·가계부채 부담으로 2.0%의 완만한 회복에 그치고 건설투자 역시 7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공사비 부담 여파로 0.5%의 미약한 증가에 머물 전망이다.
이에 △반도체 對 비반도체 △제조 對 비제조 △수출 對 내수가 엇갈리는 'K자형 양극화'가 회복의 그늘로 지목했다. 반등의 온기를 비(非)반도체 및 내수 부문으로도 확산시킬 수 있느냐가 한국경제의 향방을 가를 핵심 과제라는 진단이다.
올해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수출(5.6%)과 설비투자(4.0%)를 꼽았다. 도영웅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한국경제의 기회인가 리스크인가' 발표에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기준 올해 3월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80% 이상 증가해 1986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산업이 이례적인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빅테크 4사(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의 올해 1분기 설비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0% 내외 증가하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올해 2250억 달러(약 347조 원)로 사상 처음 2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 위원은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분기 반도체 호황은 구조적 요인 외에도 일시적인 D램 가격 급등에 상당 부분 기인했다"며 "한국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외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최대 하방 변수로 지목돼 온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최근 완화되면서 그동안 유가·물가·환율에 미쳤던 상방 압력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2.0%에서 올해 2.7%로 한국은행 물가 목표(2.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됐으나 유가 하향 안정 시 상승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2.5% 동결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급충격 완화로 인상 압력 부담은 다소 경감될 전망이다.
정철 한경연 원장은 "올해 성장률 반등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중동 리스크 완화 등 우호적인 대외여건이 크게 기여했다"며 "성장률 자체보다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지금은 반도체 중심의 회복을 내수와 신산업으로 확산하고 우리 경제의 완충판을 두텁게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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