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반등 골든타임"…배터리 업계, 한국판 IRA 도입 필요
전기차 회복·ESS 급성장 기회…"얼어붙은 땅에서 싹 지켜야"
미·중 보조금 공세 속 국내 지원 부족…업계 "피나는 자구노력 중"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배터리 산업은 지금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땅에서 싹을 잘 지켜낸 다음 숲을 이뤄야 합니다. 전기차 수요 회복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입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기차 수요가 다시 늘고 ESS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미국·유럽·중국과 달리 국내에는 실효성 있는 지원 제도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K-배터리 재도약을 위한 산업전략 국회 토론회'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SK온), 에코프로 등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 경쟁력 회복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직접 환급형 세액공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업계는 현행 세제지원 제도가 사실상 적자 상태인 배터리 기업에는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미국 IRA의 45X와 캐나다 CT ITC는 기업에 사실상 현금을 주는 제도"라며 "반면 국내 세액공제는 흑자를 내고 법인세를 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적자 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제율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라며 "한국도 공제율은 낮지 않지만 실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공장 건설 단계부터 투자비를 환급해 주고 미국은 생산하는 순간 현금이 들어온다"며 "직접 환급제 도입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남호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CATL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중국 정부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재정, 세제, 금융, 인프라, 인재양성 등 대부분을 정부가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우리가 모든 것을 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가장 현실적인 지원은 직접 환급제"라며 "지금까지 이월된 세액공제가 상당하지만 언제 활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직접환급을 붙여 실제 도움이 되는지 실험대 위에 한 번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노명호 삼성SDI 그룹장은 "배터리 산업은 아직 충분히 경쟁할 여지가 남아 있다. 미국 IRA나 유럽 산업가속화법처럼 우리도 산업을 지원할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R&D와 시설투자 세액공제가 실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이렉트 페이와 제3자 양도 제도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두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은 "기업들이 정부 지원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ESS 생산 준비와 LFP 배터리 투자, 해외 자산 정리, 구조조정 등 피나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고 배터리 업계가 정부 지원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우영 에코프로 실장은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며 배터리 산업을 키웠다. 반면 우리는 부처별로 정책이 흩어져 있어 기업 입장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총리실 산하 태스크포스(TF) 등 범정부 차원의 배터리 지원 종합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실장은 또한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해외 정·제련 투자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팀장은 "배터리는 전기차를 넘어 ESS, AI 데이터센터, 휴머노이드 로봇, 방산 등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10년 뒤 국가 경제의 핵심 전략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점유율 하락과 기술·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터리는 전기차와 ESS, 재생에너지, AI 데이터센터, 차세대 모빌리티를 뒷받침하는 국가 핵심 산업으로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요한 산업인 만큼 기업들이 미래를 보고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을 비롯한 세제지원의 실효성을 높여 국내 생산과 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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