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호남 반도체 공장'…3가지 조건 '전력O 용수△ 인력△'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정부와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율
핵심 인프라 확보 시급…인재 유치 위한 정주 여건 개선 필수
- 박기호 기자,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양새롬 기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력 수급 문제입니다. 수도권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우수 인력이 지방으로 갈지 걱정입니다. 또한 용수 등의 인프라 구축 지원도 필요합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필수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재 유치를 위한 정주 여건 개선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집적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만큼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공장 부지 제공이나 세금 감면 등의 혜택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여서 특혜와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와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투자 계획 등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청사진이 공개될 예정인데 투자 규모만 수백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광주·전남 지역에 전공정을 포함한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윤곽이 잡히면서 인프라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팹 1기에는 약 20만 평 규모의 부지와 1GW 안팎의 전력, 하루 20만 톤 수준의 용수 등이 필요하다.
반도체 공장입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과 공정 가스 정화 과정에선 세척 및 불순물 제거에 상당량의 물이 필요하다. 또한 클린룸 온도와 습도 조절 등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필수다.
용인에 조성 중인 두 곳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해 2031년부터 하루 31만 톤 규모의 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며 2035년부터는 일일 기준 107만 2000톤을 제공할 예정이다. 여주보를 통해 확보한 공업용수까지 합하면 용인 지역 공업용수만 하루 133만 7000톤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선 영산강 수계 등을 통한 용수 공급 인프라 개선 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 지역에선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전력 및 용수 등 인프라 개선 방안을 주요 기업과 논의해 온 것으로 보인다. 강위원 전남도 경제부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기 공급 가능하냐 해서 해결했더니 다음엔 초순수로 쓸 물이 탁하다고 해 해법을 제시했다"며 "인내심을 갖고 최적 조건을 만든다"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 공장은 전력 소모가 많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필요하다. 광주·전남 지역이 재생에너지 기반 시설은 국내 최대 수준으로 평가받기에 전력 수급은 원활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경우 전력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전남 서부권은 영암호·금호호·영산강호 등을 통해 하루 130만 톤 이상의 용수 공급을 할 수 있다. 또한 전남·광주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해상풍력 확충을 통해 17.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전기, 용수 환경 등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선 정주 여건 개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인력 수급 확보를 위한 조치다. 타지역에서 거주하던 직원과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선 교육을 비롯한 의료 등 안정적인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규복 인하대 특임교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력 수급 문제"라며 "수도권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우수 인력이 지방으로 갈지 걱정"이라고 했다.
게다가 반도체 클러스터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함께 입주해야 하는데 정주 여건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구인난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박 교수는 "인재 정착을 위한 환경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제도시급의 교육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에서 우수한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특임교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 거점 우수 대학 육성 정책을 확대해 국립대 등에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을 중점으로 집중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공장을 유치할 때 세금 감면 등을 지원해 준다"며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때도 부지 무상 제공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선 것은 이재명 정부의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토 균형 발전 정책에 화답하기 위한 행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난 데 이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은 조만간 직접 반도체 공장 건설 예정 지역을 찾아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호남·충청 지역에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 "논의가 후반부로 와서 마무리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팹 하나 짓는 데 7~8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전력과 용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 팹 건설을)당겨서 엄청 빠른 속도로 해야 하고, 그 이후까지도 대비해야 하는데 수도권에 더 이상 땅도 없고, 전력·용수도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제2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호남 지역을 고려 중이냐'는 질문에 "그런 원칙을 가지고 해야죠"라고 답했다.
당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 지역에 후(後)공정 패키지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전(前)공정까지 포함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회로를 만드는 과정인 전공정과 칩을 완성하고 제품화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후공정이 전력, 용수 등의 사용량이 전공정보다는 적다. 광주·전남 지역 등에는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용수 등 핵심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후공정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이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등을 감안해 전공정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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