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E 비교해 보니…삼성 '신기술', SK하닉 '검증된 기술' 승자는?

삼성전자 12단 샘플 출하·SK하이닉스 일정 앞당기기 맞불
'하이브리드 본딩'·'MR-MUF' 후공정 기술 노선 갈림길

삼성전자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코어 다이 웨이퍼(왼쪽)와 제품 모습.(삼성전자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HBM4E' 샘플을 세계 최초로 출하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섰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올해 하반기로 예정했던 제품 공급 일정을 대폭 앞당겨 'HBM4E' 샘플 출하를 단행하며 두 기업의 경쟁 구조가 구축됐다.

이번 HBM4E 경쟁 최대 분수령은 후공정 기술과 고객사 실증 결과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6단부터 신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검증된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채택해 안정감을 부각할 방침이다.

최종 공급 물량은 고객사 제품에 장착돼 확인되는 실제 구동 성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HBM이 고객사 주문형 반도체인 만큼 엔비디아 등 빅테크 고객사의 시스템에 맞춰 성능과 발열 제어 능력을 최적화하는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초 출하 삼성, '하이브리드 본딩' 승부수…SK, 'MR-MUF'로 방어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HBM4E 12단 제품의 구체적인 기술 제원을 시장에 공개하며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고 발표했다. 신제품은 메모리 역할을 하는 1c 나노 D램과 로직 연산을 담당하는 자체 4나노 공정 기반 베이스 다이를 결합한 구조다.

해당 제품은 최대 16Gbps의 입출력 속도를 확보했다. 스택 당 4TB/s의 대역폭을 기록해 차세대 인공지능(AI) 시스템 구동에 필요한 고용량 데이터 처리 기준을 충족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출하하는 16단 제품군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신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 사이의 미세한 돌기를 없애고 구리 배선을 직접 붙여 데이터 통로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다. 칩의 두께를 얇게 유지하면서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 기술을 통해 두께와 열 마진 우위를 우선적으로 확보해 16단 이상 제품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4E' 샘플 특징과 전략.(각 사 자료)/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SK하이닉스는 이달 18일 HBM4E 12단 샘플을 공급했다. 당초 올해 하반기로 계획했던 일정을 대폭 앞당겼다.

핵심 양산 전략은 검증된 기술 기반의 수율 안정화다. 16단 제품까지 기존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유지해 양산 초기 단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은 칩을 여러 층 쌓은 뒤, 칩 사이 빈 곳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해 한 번에 굳히는 SK하이닉스의 독자적인 HBM 패키징 기술이다. 기존 기술보다 열 방출 성능이 뛰어나고 칩이 휘어지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12단 이상의 고단 HBM을 얇고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규정한 775마이크로미터(775㎛) 패키지 두께 제한 내에 16층을 적층하는 과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D램 웨이퍼를 30㎛ 수준까지 깎아내는 박막화 공정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송명섭 iM증권 애널리스트는 "16단 인증은 삼성전자의 하이브리드 신공정과 SK하이닉스의 검증된 MR-MUF 연장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16단 등 단기적으로는 안정성에서 SK하이닉스의 MR-MUF가 유리할 수 있고, 20단 이상 등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의 하이브리드 본딩 선행 투자가 빛을 볼 수 있는 상반된 리스크 구도"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HBM4E' 샘플을 출하했다.(SK하이닉스 제공)/뉴스1
커스텀 메모리 시장, 고객사 맞춤 조율이 핵심 변수

차세대 HBM 시장의 최종 수주 물량은 빅테크 고객사의 실증 테스트 결과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가 발표한 카탈로그 제원보다 샘플 칩이 고객사 시스템에 장착돼 나타나는 실제 성능이 주요 평가 지표다.

대규모 데이터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 제어 능력과 전력 효율성이 채택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 범용 표준품 위주였던 일반 D램과 달리 HBM은 고객사의 요구 사항에 맞춰 설계되는 주문형 반도체 성격이 강하다.

제조사에서 초기 스펙을 확정했더라도 고객사 시스템과의 최적화 조율 과정에서 세부 성능이 샘플 단계와 다르게 나타나거나 개선될 수 있다. 최종적인 수율과 호환성 확보가 필수적인 이유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시장 추격자 입장에서는 선두 기업의 제품보다 특정 부분에서 월등하거나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어 자사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조사가 스펙을 공개했더라도 엔비디아 등 고객사 요구에 맞춰 조절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최종적으로 고객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성능을 맞추고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HBM으로 쏠리는 웨이퍼…D램 시장 공급 부족 '심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대전은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지형마저 흔들고 있다. AI 수요 폭증으로 한정된 생산설비가 HBM 양산에 최우선 배정되면서 일반 범용 D램의 품귀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D램 웨이퍼 투입량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2%에서 2027년 3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전체 HBM 비트 공급 비중은 2026년 9%, 2027년 13%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메모리 비트 공급량은 반도체 제조사가 시장에 공급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총 데이터 저장 용량'을 뜻한다. HBM 생산 시 버려지는 웨이퍼가 많아 최종 데이터 용량 비중이 투입량에 비해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HBM 생산이 늘어날수록 일반 D램을 만들 웨이퍼가 줄어들어 공급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 가격이 강하게 유지될수록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더 많은 캐파를 HBM 생산에 할당하게 된다"며 "이는 다시 범용 D램 공급 물량을 제한해 제조사의 전체 메모리 가격 협상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