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AI 시대' 수혜 본격화 'CCL·터빈' 날개…체질 개선 성공

전자BG, 1Q 영업이익률 30% 돌파…기판 소재 CCL 공급 효과
두산에너빌리티, 수주잔고 24조…전력 인프라 공급 선도

두산 전자BG가 생산하는 동박적층판(CCL) 모습.(두산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두산(000150)이 인공지능(AI) 분야 핵심 소재와 전력 인프라를 양축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사업인 전자BG는 AI 서버용 동박적층판(CCL) 공급 확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30%를 돌파했다.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 발전과 가스터빈을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서며 24조 원 규모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AI 산업 성장의 수혜가 소재와 전력 사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두산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 '블랙웰' 효과…AI 핵심 소재 공급 확대

18일 시장조사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매출 5조 5051억 원, 영업이익 4650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30.0% 증가한 수준이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전자BG가 있다.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스템은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만큼 신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주파·저손실 특성을 갖춘 CCL이 사용된다.

CCL은 인쇄회로기판(PCB)의 주요 소재다. 수지, 유리섬유, 충진재, 기타 화학물질로 구성된 절연층에 동박을 적층한 제품이다.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등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두산 전자BG는 네트워크 보드와 스위치,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CCL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Blackwell) 기반 서버에 적용되는 CCL 공급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자BG 1분기 실적은 매출액 6173억 원, 영업이익 18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3.3%, 59.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이 30%를 넘어서는 등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AI 서버용 고사양 제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일반 IT용 제품 대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하고 있어 두산의 CCL 사업이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CCL 생산능력 확대 속도…글로벌 공급망 선점 목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도 본격화하고 있다. 두산은 태국 아라야 산업단지 내 약 2만 2000평 규모 부지에 1800억 원을 투자해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시험 양산과 설비 안정화 과정을 거쳐 2028년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내외 기존 생산시설 증설도 병행한다. 중국 공장과 충북 증평 공장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서버용 네트워크 보드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설비는 올해 4분기와 2027년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업계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에 따라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증가하면서 CCL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두산은 제품군 간 생산라인 병용이 가능한 유연한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어 수익성이 높은 고객 물량을 우선 배정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두산에너빌리티 제공)/뉴스1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두산에너빌리티 존재감 확대

두산은 CCL 공급 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를 통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AI 산업 확산에 따른 과제 중 하나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을 꼽는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와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전력 인프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와 가스터빈,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약 24조 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9% 증가한 규모다. 1분기 신규 수주액은 2조 785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1.8% 뛰어올랐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대형 가스터빈 사업 등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스터빈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주요 전력 인프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1분기에만 북미 시장에서 데이터센터용 가스터빈 7기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첫 공급 계약 후 4개월 만에 누적 12기 수주를 달성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가 대규모 GPU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 두산에너빌리티의 380메가와트(㎿)급 천연가스 터빈 5대를 추가로 도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34년까지 누적 100대 이상의 가스터빈을 수주해 서비스 분야에서만 연간 1조 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자BG가 AI 산업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전력 인프라를 담당하면서 두산은 AI 밸류체인 전반에서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AI 산업 성장의 핵심 축인 소재와 전력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면서 "가스터빈 공급과 CCL 생산능력 확대가 마무리되는 2027~2028년 이후 글로벌 AI 공급망 내 영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