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AI 기판 질주 "2031년 패키지설루션 '영업익 1조' 목표"

지난해 매출 1.7조 기록…수익성 견인 '캐시카우' 두각
'구리 기둥' 등 차별화 기술 장착…FC-CSP 수요 급증 대응

조지태 패키지설루션사업부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에 있는 본사에서 미디어 테크 데이를 개최하고 2031년까지 패키지설루션 사업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기록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26. 6. 16/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LG이노텍(011070)이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기판 등 패키지설루션 사업을 영업이익 1조 원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LG이노텍은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에 있는 본사 1층 대강당에서 미디어 테크 데이를 열고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3대 고부가 기판 제품 '주선주파수 패키지형 시스템'(RF-SiP)과 '플립칩 칩스케일 패키지'(FC-CSP),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를 소개하면서 이런 비전을 밝혔다.

반도체 기판 분야 사업을 이끄는 패키지설루션 부문은 LG이노텍의 주요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패키지설루션 매출은 1조 7200억 원으로 전년 1조 4600억 원 대비 약 1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8억 원에서 1289억 원으로 무려 82% 급증했다. 수익을 창출하는 고부가 핵심 사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조지태 패키지설루션사업부장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발판 삼아 새롭게 열리는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이라면서 "오는 2031년까지 패키지설루션사업을 영업이익 1조 규모 사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F-SiP'…세계 최초 공법으로 스마트폰 슬림화 주도

LG이노텍의 첫 번째 무기는 50년 이상 축적된 독자적 고집적·초정밀 기술력을 집약한 RF-SiP 기판이다. 통신용 반도체 부품인 RF-SiP 기판 구현에 있어 최적화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관련 기술 특허만 1868건에 이를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해당 기판은 쌀알 두 개 크기에 불과하지만 무선통신용 초고주파 칩과 전력 증폭기 등 100여 개 부품을 탑재한다. 스마트폰 공간이 제한적인 만큼 미세회로를 촘촘하게 탑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2011년 중심 코어 층을 완전히 제거한 코어리스 기판을 양산해 기판 두께를 20% 줄이는 혁신을 이뤄냈다. 또 특수 처리 구리를 사용해 신호 손실량을 기존 대비 70%까지 획기적으로 낮췄다.

2021년 기판에 도입한 '구리 기둥'(Cu-Post) 공법은 수율 향상과 초슬림화의 일등 공신이다. 기존 방식 대신 구리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작은 부품을 얹어 회로 면적을 약 25% 축소했다. 고온 공정에서도 기둥 형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5G 스마트폰 슬림화 난제 해결에 기여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LG이노텍은 2016년부터 글로벌 RF-SiP 기판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상위 5대 고객사 기준 시장 점유율은 약 65%이며, 올해는 이를 80%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남상혁 패키지설루션연구소장은 "부품 간격을 현재 대비 10% 줄인 차세대 Cu-Post 기술을 개발 중"이라면서 "다가올 6G 시대에 부가가치가 높아진 기판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태호 패키지설루션개발담당이 '구리 기둥'(Cu-Post) 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 6. 16/뉴스1 황진중 기자
AI 훈풍 탄 'FC-CSP'…메모리 영역 확장·베트남 신공장 착공

과거 스마트폰 모바일 AP용으로 주로 쓰이던 FC-CSP 기판은 최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분야로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는 AI 시장이 그래픽처리장치(GPU) 위주의 학습형에서 추론형·에이전틱 AI 중심으로 재편된 영향이 컸다. AI 가속기와 서버에 GDDR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채용이 대폭 늘어나며 패키징을 담당하는 FC-CSP 수요가 함께 급증했다.

LG이노텍은 기존 모바일용 기판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글로벌 공급망이 형성 중인 AI 반도체용 FC-CSP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발열 제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퍼 필러' 형태를 적용하고 회로 폭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명세호 패키지설루션개발담당은 "성능과 집적도 향상을 위해 기존 메모리 기판을 FC-CSP로 대체하는 것이 업계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기판의 핵심인 두께 축소 기술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세계 최초로 90마이크로미터(μm) 두께의 3층 기판을 개발한 데 이어, 현재 단 10μm 두께까지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변화된 고객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며 글로벌 최상위권 점유율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폭발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인프라 확장도 매섭게 속도를 내고 있다.

황정호 패키지설루션마케팅담당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고객향 GDDR7용 FC-CSP 기판을 수주하며 구미 라인이 풀가동 상태"라면서 "이달 착공하는 베트남 신공장에서 FC-CSP와 RF-SiP 기판 생산라인을 가장 먼저 늘려 국내외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이 개발한 기판 'RF-SiP'(위)와 'FC-CSP' 모습./뉴스1 황진중 기자
LG이노텍이 개발한 기판 'FC-BGA' 제품 모습./뉴스1 황진중 기자
초대면적 FC-BGA 생산 속도…'드림 팩토리' 기반 하이엔드 섭렵

고성능 반도체 칩이 PC, 차량, AI 서버 등 대형 기기로 확대 탑재됨에 따라 FC-BGA 기판 역시 차세대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FC-BGA는 기존 FC-CSP 기판 대비 면적이 18배 이상 크고, 층수도 3~4배 많은 16~22개 층에 달해 최고 수준의 공정 난도를 요구한다. 최근 고객사들은 22~30층에 이르는 초고다층 구조까지 요구하는 실정이다.

앞서 LG이노텍은 2022년 구미에 총 2만 6000㎡ 규모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인 '드림 팩토리'를 전진 배치했다. 생산 공정 전반에 AI, 로봇, 디지털 트윈 등 최신 IT 기술을 총집결해 대면적 기판의 고질적인 불량과 수율 저하 문제를 극복했다.

선제적인 투자 결과 2024년 12월부터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용 PC 칩세트 양산에 본격 돌입했다. 올해 3분기부터는 동일 고객의 PC CPU용 제품까지 양산을 시작한다.

황정호 패키지설루션마케팅담당은 "추론형 AI 시대에는 메모리와 CPU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빅테크 업체들이 CPU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며 "이에 따라 LG이노텍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고, CPU용 기판 공급 논의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고객들이 직접 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FC-BGA 기판 시장은 지난해 54억 2000만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32년 95억 4800만 달러로 연평균 10.6%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LG이노텍은 현재 가로·세로 85㎜ 크기의 대면적 기판 양산 기술을 넘어 120㎜ 이상의 초대면적 제품도 개발 중이다. 나아가 2028년까지 자율주행·AI 서버용 CPU·GPU 등 최고 사양의 하이엔드 시장에 완벽히 안착한다는 구상이다.

'글라스 기판' 등 차세대 기술 연구…혁신 DNA로 한계 돌파

LG이노텍은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가올 거대한 폼팩터 변화에 대비한 선행 연구도 공격적으로 전개 중이다. 고객사의 대면적화 요구에 맞춰 이미 100x100㎜ 이상의 초대형 기판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 모바일에서 축적한 '임베딩'(Embedding) 기술을 거대 칩 간 연결과 전원 공급에 적극적으로 응용하고 있다.

대면적화 시 발생하는 휨 현상과 기계적 스트레스 불량은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술로 사전 예측해 낭비를 최소화한다.

기존 유기 소재 코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강성이 뛰어난 '글라스 기판'(Glass Core)과 패널 단위의 '글라스 인터포저'를 심도 있게 개발하고 있다. 향후 HBM 등 와이어 본딩 없이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플립칩 형태의 수요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통신용 기판 안테나 설계 부문에서도 5G 밀리미터파 시대를 넘어 초기 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협업하며 다가올 6G 시대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조지태 패키지설루션사업부장은 "LG이노텍은 엣지 컴퓨팅, 방산 등 다양한 영역에 확대 적용 가능한 FC-BGA 기판을 지속 개발할 것"이라며 "글로벌 빅테크 신규 고객 발굴을 적극 이어가며 FC-BGA 사업을 회사의 가장 빛나는 핵심 사업으로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