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 최고가격제 폐지 수순…기름값 '급등'도 '급락'도 없을 듯

국제 석유제품 가격 하락…"최고가격제 종료해도 인상 요인 적어져"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생산 시설 복구까지 최대 1년 '전망'

미국 성조기와 이란 국기 일러스트. 2024.04.2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미국과 이란이 107일(이란 현지시간 기준)만에 종전에 합의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언제쯤 얼마나 내려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안전판 역할을 했던 '최고가격제'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고가격제가 종료되더라도 기름값 급등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름값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MOPS)이 최근 하락하면서 유류세, 마진 등을 합해도 최고가격제 기준 가격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원유 생산시설 복구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 전쟁 이전 수준으로 기름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생산시설 완전 정상화까지 최대 1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미·이란 양측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두 나라는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했다. 양국은 즉각 전투행위를 중단하고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도 즉각 해제하기로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오는 19일 MOU 서명에 맞춰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 하락…최고가격제 없어도 현상 유지 '전망'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현재 MOPS 가격이 이전 대비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종료해도 가격이 오를 요인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지금 MOPS 가격 수준이면 최고가격제를 종료하더라도 기름값이 급등할 분위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름값은 MOPS에 유류세, 관세, 수입 부과금, 판매국 부과금, 유통비, 주유소 마진 등을 합해 결정된다. 지난 12일 기준 MOPS는 휘발유의 경우 1리터(L)당 1068.15원이다. MOPS는 휘발유의 경우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7일 기준 L당 713.57원이었지만 전쟁 발발 후 3월 23일에는 가장 높은 1478.31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1100~1300원대를 기록하다 지난 8일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종전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떨어진 영향이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석유 국내 기름값 안정화를 이유로 최고가격제를 시행 중인데 지난달 22일 0시부터 적용하기로 한 6차 석유 최고가격제는 이전과 동결하기로 했다. 정유사에서 주유소에 공급되는 휘발유 도매가는 L당 1934원, 경유는 1923원, 등유는 1530원으로 각각 유지 중이다.

정부는 이번 미국·이란 전쟁 종전으로 최고가격제 종료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쟁 종료,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하회 등을 최고가격제 종료 조건으로 거론해 왔다. 지난 12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83.18달러, 브렌트유는 87.3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는 84.88달러로 급락하는 등 최고가격제 종료 조건은 거의 충족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은 정부에서 여러 상황을 본 후에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종전 협상을 뒤집는 돌발 변수만 없으면 최고가격제를 종료하더라도 국내 기름값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뉴노멀이 된 기름값 2000원대…기름값 반영 시차·생산시설 회복 '변수'

다만 전쟁 이전으로 기름값이 회복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휘발유 가격은 전국 평균 L당 2009.58원, 경유는 2004.31원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4주 연속으로 소폭 하락했다.

업계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당장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전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국제 유가가 국내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물론 미국·이란 종전은 국제 유가 안정화에 도움은 되지만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2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원유 수송선이 언제 해협을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부터 원유 생산 시설 회복까지 다양한 변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유 공급 정상화에 필요한 항로 정상화까지는 3개월, 시설 복구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말까지 원유 생산 설비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과거 기름값 수준으로의 복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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