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 韓 "공급망 족쇄 풀린다"…원가 절감·수급 안정 기대

자동차·전기전자 원가 절감 훈풍…정유·석화 수급 안정화
성장률 추가 상승 원동력…정유, 정제 마진 축소 '역풍' 우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이 오만 무산담 해상에 늘어서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박기범 김진희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우리 경제를 짓눌러온 '공급망 족쇄'가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훈풍을 탄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더 높아지고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미 종전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주말 사이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밀려났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 개방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90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종전 시 원유와 천연가스 등 핵심 에너지 수입 물량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미·이란 양측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두 나라는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했다. 양국은 즉각 전투행위를 중단하고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도 즉각 해제하기로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오는 19일 MOU 서명에 맞춰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공급망 족쇄' 해제…경제성장률 반등 신호탄

이에 대해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물가와 환율이 안정을 찾으면서 하반기 경제성장 흐름이 상반기보다 훨씬 견조할 수 있다"며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 수준까지 급락하기는 어렵겠지만 80~90달러 이하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란 전쟁발 유가 고공행진 흐름이 하방 리스크에서 사라지게 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원동력을 얻었다"며 "원유 관련 기업은 물론 물가 흐름이 안정화되는 것이 핵심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 글로벌 3대 기준유인 두바이유 가격은 전날 대비 2.0% 하락한 87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3.4% 내린 8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2% 하락한 85달러를 나타냈다.

원유와 천연가스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특성상 공급망 병목 완화는 물가 안정과 소비자 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원유 수입액 감소로 무역수지 흑자 폭이 확대될 수 있어 하반기 내수 진작과 수출 호조를 견인할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미국과 이란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빠르게 재개될 시 올해와 2027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각각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0.2%포인트, 2027년 0.3%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봤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함께 60일 간의 추가 협상을 진행하는 내용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를 타결했다고 밝혔다.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107일(이란 현지시간 기준)만에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업종별 희비 교차…제조업 '웃음'·정유 '긴장'

산업계의 표정은 엇갈린다.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 제조업계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공급망 회복이라는 '이중 호재'를 맞았다. 반면 정유·석화 업계는 원유 수급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정제 마진 축소라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자동차와 전기전자는 물류 애로가 완화되고 플라스틱, 고무 등 원가 부담이 줄어들어 수익성 개선이 확실시된다"며 "특히 가전의 경우 나프타 공급이 원활해지면 생산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유·석화 업계는 원유 수급이 안정화될 수 있지만 정제마진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 원장은 "석유제품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축소될 경우 수출 금액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며 "고유가 덕분에 누렸던 마진 효과가 사라지는 구간이라 기업별 대응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후 복구'보다 중동 정세 안정이 우선

전후 복구 사업에 대한 무분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우리나라 기업이 직접 대규모 사업을 따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종전 직후 복구 사업이 바로 시작되거나 우리 기업이 즉각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하기보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국 경기가 좋아지면서 발생하는 후방 산업의 연쇄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쟁 이후 경제 환경 정상화가 '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외부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정책 당국이 그동안 미뤄왔던 한계 기업 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므로 리소스가 부족한 기업은 선제적으로 자금과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