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로 MLCC 성공 잇는다…올해 최대 실적 전망

반도체 공정, 초소형·고성능…자율주행 등 분야 확장
MLCC·실리콘 캐패시터 시너지 기대…삼성전기, 목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삼성전기(009150)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이어 실리콘 캐패시터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반도체 초호황의 수혜를 지속할 방침이다. MLCC 기술 노하우 응용과 확장을 통한 독자 기술로 사업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 MLCC의 가격 인상 흐름, 실리콘 캐패시터의 대규모 수주 등에 주목해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른 삼성전기의 올해 매출액은 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공정 적용…얇고 작은 공간서 더 많은 전기 내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대형 기업과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계약은 지난해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 확대를 본격화한 후 따낸 쾌거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반도체 공정을 적용,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전극·유전층을 미세하게 형성해 용량을 높이는 방식의 초소형·고성능 부품이다. 물탱크처럼 전기를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한다.

내부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기에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내부에 탑재된다. 머리카락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고 얇게 만들어서 표면적을 극대화하고 작은 용량에 더 많은 전기를 넣을 수 있다. 전력·노이즈 안정화가 필요한 '필요한 곳'에만 유지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최근 AI 반도체는 처리 데이터량이 급증하며 전력 소모량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순간적인 전력 변동에도 성능 저하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반도체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노이즈를 제거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실리콘 캐패시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그간 기술 진입 장벽이 높고 고객사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 소수 기업이 시장을 과점해 왔다. 현재 실리콘 캐패시터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 5~6곳에 불과하다.

삼성전기는 기존 핵심 부품인 MLCC와 기판 사업 등에서 쌓아온 초미세 공정 역량을 바탕으로 실리콘 캐패시터 양산에 성공했다.

"실리콘 캐패시터, MLCC와 시너지…수요 확대 전망"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가 MLCC가 커버하지 못했던 영역을 추가로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을 책임진 김원기 삼성전기 그룹장은 "MLCC는 두께를 낮출 수 없고 기생 인덕턴스(ESL, 회로 속 불청객)가 많을 경우 불리한 반면 실리콘 캐패시터는 높이 제약이 있을 때 사용하기 좋고 사이즈, 온도 등과 상관없이 설계에 있어 자유도가 높다"며 "일반 시장은 MLCC가 커버한다면 아주 높은 성능의 파워가 들어가는 영역은 실리콘 캐패시터가 커버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향후 자율주행 시스템, 모바일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로 공급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김 그룹장은 "피지컬 AI로 AI 시장 축이 넘어가고 있는 만큼 AI 기반 컨트롤이 일반화하면서 빠른 시간에 연산하고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실리콘 캐패시터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삼성전기 역량을 기반으로 한 토탈 설루션을 통해서 시장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리콘 캐패시터.(삼성전기제공)
실리콘 캐패시터 4년간 연평균 18% 성장…삼성전기 호재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 진입을 계기로 삼성전기의 몸값은 고공 행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이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18%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LCC 대비 소형화에 유리해 반도체 패키지용 중심으로 채용 확대도 전망된다.

실제 증권가에선 주력 사업인 MLCC 가격 인상 흐름과 대규모 실리콘 커패시터 수주에 주목해 삼성전기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기의 향후 성장 요인으로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 BGA) 투자 확대 △MLCC 가격 인상 △실리콘 캐패시터의 추가 고객 확보 △로봇 사업 확대 등을 꼽았다.

최근 현대차증권은 삼성전기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4조 770억 원, 1조 6390억 원으로 제시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3조 5200억 원, 1조 6360억 원으로 전망했다. 두 증권사 모두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230만 원으로 책정했다.

김연미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MLCC와 FC-BGA 동시 호황 수혜를 받는 회사"라며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 실적과 배수(멀티플) 추가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