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 HBM" 젠슨 황이 외친 다섯 글자의 힘 [기자의 눈]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을 보려 몰려든 이들에게 "모어 HBM(MORE HBM)"을 외치고 시민들이 "HBM"이라고 화답한 모습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였다.
인공지능(AI) 시대 황태자로 불리는 황 CEO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극찬하고 협력의 손길을 내밀자 대한민국은 들썩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쌍두마차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동시에 AI 시장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AI발(發) 반도체 공급 부족(쇼티지)으로 슈퍼을(乙)로 부상했다지만 엔비디아는 AI 시대 슈퍼갑(甲)이다.
'모어 HBM'은 기술의 주인공과 서사의 주인공이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줬다. 엔비디아는 HBM을 생산하지 않지만 AI 시대 필수 부품이다. 황 CEO는 한국이 자랑하는 'HBM'을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AI 시대를 대표하는 '엔비디아'를 떠올리게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생산력과 기술력은 우리나라 기업이 갖고 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것은 결국 황 CEO의 '모어 HBM' 한마디였다. '형님저요'라는 전형적인 한국식(?) 상호의 음식점에서 마련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은 물론이고 PC방 방문, 야구장 시구, '깐부 회동'까지 모든 일정을 치밀하게 준비한 황 CEO의 놀라운 이야기 구성 능력이기도 하다.
탄탄한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제시하고 잘 만들어 내는 능력 역시 중요하다. 새로운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를 안내하는 선구자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글로벌 기술 리더인 황 CEO는 '모어 HBM'이라는 한마디로 이야기를 잘 만드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재차 과시했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이야기를 고민해야 한다. 엔비디아의 중요한 파트너를 넘어 AI 시대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어떤 미래를 제시할 것인지 자신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향해 어떤 다섯 글자를 내놓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flyhighr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