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해외 건조 추진→금지"…美 '오락가락 행보'에 K-조선 멀미
美 하원 군사위, '동맹국 활용' 정부 기조 제동
상선 분야 확대 가능성 주시…"결국 협력" 시각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미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가 최근 해군 전투함 해외 건조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미 함정 시장에 진출하려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최근까지 동맹국을 활용해 군함을 조달하려던 미국 정치권 행보가 반전되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다만 해군력 확대를 위해 미국에 동맹국이 필요하다는 점, 이번 군사위 의결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정치적 결정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어떤 식으로든 협력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 하원 군사위는 최근 찬성 44표, 반대 12표로 제라드 골든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을 승인했다. 수정안에는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한 전투함 구매 계약에 해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골든 의원은 "미국 군사비 지출은 미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며 "외국 노동력을 이용해 외국 땅에서 함정을 건조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NDAA는 국방부 예산 지출을 승인하는 연례 법안으로 하원 및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조선업 경쟁력 회복, 해군력 강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 등의 조선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초기 발의된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및 '해안경비대 준비 태세 보장법'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미국과 상호 방위조약을 맺은 동맹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 및 해양경비대 선박을 건조하거나 부품을 만들 수 있게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함정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규제한 '반스-톨레프슨법'을 수정하자는 취지다.
그간 국내 조선업계는 해당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 함정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미 하원 상임위에서 '해외 건조 금지' 조항이 통과하면서 오히려 협력 차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일단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원 본회의와 상원 통과도 남아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 내에서도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라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정 해외 건조 금지' 기조가 확정될 경우 국내 조선업계는 현지 진출을 가속하며 타개책을 모색할 전망이다. 한화오션(042660)은 필리 조선소에 이어 현지 추가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또 상선 조선소인 필리조선소에서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HD현대(267250)는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과 조선소 인수를 비롯한 현지 투자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함정뿐 아니라 상선 분야로까지 '해외 건조 금지' 논의가 확대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 우려는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존스법을 통해 자국 내 운항의 경우 미국에서 제조하고 미국인이 소유 및 운영하는 선박을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해 하원에는 동맹국을 대상으로 존스법의 예외 조항을 허용하는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이 발의된 바 있다. 다만 이 역시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기조가 변화할 수 있는 만큼 업계는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반면 미 정부가 해군력 대규모 증강을 계획하고 있지만 자국 내 인프라 부족을 감안하면 결국 국내 조선업계 인프라에 손을 빌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표심 확보를 위해 일자리 이슈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린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고 미국인을 고용해 함정을 현지에서 건조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조선 업종 내 미국 군함 건조 기대감이 조정받을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조선 강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은 불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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