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분리 교섭' 카드, '신의 한 수'인가 '자충수'인가

"부문별 특수성 반영할 수 있지만 갈등 세분화 역효과 우려"

삼성전자 임단협이 최종 타결된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2026.5.27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조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간 '분리 교섭'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노노(勞勞) 갈등'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마무리된 2026년 임금·단체협약에서 두 부문 간 성과급 격차가 100배에 이르면서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DS 부문과 DX 부문의 경영실적이 워낙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같은 요구 조건을 내걸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분리 교섭의 경우 노조가 대표성을 잃게 되고 사업부 간 갈등을 더 세분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부문별로 교섭이 이뤄질 경우 각자 최대한의 요구 조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에 직면하게 돼 협상 난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매년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삼성전자 노조 'DS만 챙겼다' 비판에 '분리 교섭' 카드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28일 '향후 교섭 및 조합 운영 방향 안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DS 부문과 DX 부문을 분리하는 '투트랙 교섭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DS와 DX 간 이해관계 차이가 커진 만큼 조직 운영 단계부터 각 부문 목소리를 별도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DX 부문 2명을 추가로 선임, 전체 집행부를 DS 5명, DX3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분리 교섭의 출발은 성과급 격차다. 올해 임단협을 요약하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00조 원을 가정할 때 DS 부문 최대 6억원대 DX 부문 600만 원으로 정리된다.

특히 이번 임단협은 DS 중심인 초기업노조가 협상을 주도하면서 사실상 반도체 부문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도 특별경영성과급과 성과급 상한 문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후 DX 직원들 사이에서는 "DS 중심 합의"라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임금 교섭 과정에서 한 때 7만6000여명을 넘었던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29일 오후 2시 기준 6만7007명까지 줄었다. DX 중심 제3노조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잠정 합의안 효력 정지 가처분까지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차라리 사업부별로 교섭을 따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리 교섭론이 급부상했고, 초기업노조는 DS·DX 투트랙 운영 방침을 공식화했다.

2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7 ⓒ 뉴스1 김영운 기자
분리 교섭 카드 "갈등 해소보다 더 쪼개질 수도"

다만 안팎에서는 분리 교섭 요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통상 노동조합은 전체 임금 재원을 확보한 뒤 내부 조율과 연대를 통해 사업부·직군 간 배분 문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성과가 좋은 조직이 일정 부분 양보하거나, 반대로 어려운 조직을 함께 끌고 가는 구조가 노조의 기본 원리라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처럼 사업부별 실적 편차가 큰 구조에서 교섭 단위를 분리할 경우 향후 임금·성과급 체계 역시 사업부별 이해관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에는 회사 전체 재원을 기반으로 노조가 내부 조율을 통해 배분 문제를 논의했다면, 앞으로는 DS와 DX가 각각 별도 성과 논리를 앞세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임단협 이후 일부 주주단체들은 성과급 규모가 과도하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성과급 재원을 둘러싼 이해충돌이 노사 문제를 넘어 주주가치 논란으로까지 확산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분리 교섭이 현실화할 경우 노노갈등이 더 세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2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이미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DS·DX 분리 교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삼노는 "DS와 DX가 나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DS 내부 메모리·비메모리, DX 내부 사업부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합원들이 서로를 경쟁 상대로 바라보게 되면 노조의 단결력과 협상력 역시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DS 안에서도 메모리와 파운드리·시스템LSI 간 성과 체감 차이가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DX 역시 모바일(MX), 생활가전,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이해관계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결국 교섭 단위를 나누기 시작하면 사업부별 이해관계 충돌이 연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삼노는 지난 29일 "대표와 공식 면담을 요청했지만 회신 기한인 28일까지 어떠한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6월 4일 오후 5시까지 공식 면담 일정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초기업노조 역시 "파운드리 사업부, S.LSI사업부, CSS사업팀 소속 조합원들의 사기와 비전에 대해 사업부장 및 사업팀장이 직접 만나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6월 중 전영현 대표이사를 비롯한 각 사업부장 및 사업팀장 면담 자리를 요청한다"고 공문을 보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분리 교섭은 결국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느냐'를 바꾸는 것이지, 파이 배분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며 "단기적 봉합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사업부 간 갈등이 더 세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