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합의안 '법정 공방' 예고…노조·주주 소송전 전망은?

노조는 절차, 주주는 충실의무 위반 주장…분쟁 장기화 가능성
노조, 합의안 투표 27일 오전 10시 종료…뿔난 주주, 강력 반발

26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가 종료 하루를 앞두고 투표율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투표율은 90.45%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6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한수현 문혜원 유수연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의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둘러싼 법적 충돌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중심 노조가 찬반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에 나선 데 이어 주주단체와 소액주주들까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노사 합의안이 '소송전' 국면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소송전은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 국면에서 예고됐고 지난 20일 밤 반도체(DS)부문을 중심으로 한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본격화했다.

DX부문 중심 노조는 "반도체 사업부 중심 졸속 합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2·3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은 "과거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을 때는 모바일·TV·가전 사업 등이 회사 실적을 떠받쳤는데 성과급은 DS부문이 독식하고 있다"며 집단 부결 운동까지 선언한 상태다.

동행노조 "투표권 배제는 위법"…가처분 신청

26일 업계에 따르면 동행노조는 이날 오전 9시 수원지방법원에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쟁점은 '투표권 배제'다. 앞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등 공동투쟁본부는 동행노조가 공동교섭단 지위를 상실한 이후 잠정 합의가 체결된 만큼 찬반 투표 참여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 참여 노조 조합원 역시 전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초기업노조가 당초 투표권 보장을 시사했다가 DX부문 조합원들의 이탈이 본격화되자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동행노조 입장에선 찬반 투표 참여가 배제되면서 자신들의 권리가 본질적으로 침해됐고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그런 논리 자체는 법원에서도 충분히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비반도체, DX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의 박재용 위원장(오른쪽)을 비롯한 조합원, 변호인단이 26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5.26 ⓒ 뉴스1 김민지 기자

다만 실제 인용 가능성에 대해선 법조계의 전망이 엇갈린다.

박 교수는 "핵심은 초기업노조가 과반수 노조로서 단독 교섭대표 노조였는지, 아니면 실질적 공동교섭 체제였는지 여부"라며 "이미 과반수 노조가 명확했다면 교섭과 잠정 합의, 찬반 투표까지 자체 규약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처분은 짧은 시간 안에 명백한 권리 침해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법리적 다툼이 상당히 크다"며 "본안에서 충분히 다퉈볼 문제일 수는 있지만 가처분 단계에서 위법성이 명확하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정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동행노조가 이미 공동교섭 과정에서 빠졌다는 점 때문에 명분이 다소 약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지만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공동교섭단 탈퇴 이후 투표권을 계속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핵심인데 현재로선 초기업노조 측 논리가 더 유리해 보인다"며 "기존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 추가 성과급 배분 문제라는 점도 법원이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만약 초기업노조가 합의 이후에도 동행노조 조합원들의 투표권을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공지하거나 안내했다가 이후 입장을 바꿨다면 절차적 하자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DX부문 조합원들의 이동 이후 갑자기 투표권을 제한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찬반 투표 절차 자체의 정당성을 문제 삼을 여지는 있다"면서도 "다만 법원이 투표 절차를 긴급 중단시키려면 하자가 객관적으로도 명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주들도 반발…"주주가치 훼손 시 이사회 상대 소송"

주주 측 반발도 거세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사 잠정 합의안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단체는 초과이익성과급(OPI)과 특별경영성과급 등을 합쳐 세전 영업이익의 약 12%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연동·할당한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세전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산정 방식이 주주 이익과 충돌할 수 있으며, 대규모 성과급 지급 역시 주주총회 논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주운동본부는 당초 노사 합의안을 비준·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동행노조의 찬반 투표 중지 가처분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운동본부는 "노조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향후 무효확인 소송의 대상과 법적 쟁점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내부 절차 하자가 인정될 경우 이사회 비준 과정의 정당성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를 중심으로도 잠정 합의 무효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액트는 27일 또는 28일 삼성전자 주주명부를 확보하는 대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이번에는 단순 노사 문제가 아니라 주주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성과급 재원 규모가 과도하게 커질 경우 주주가치 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상법 개정 이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이익 보호가 더욱 강조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과 과도하게 연동하는 방식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 경우 향후 유사한 주주 소송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파업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2026.5.21 ⓒ 뉴스1 김성진 기자
공정대표 의무·노동위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

향후 공정대표 의무 위반 논란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법무법인 안심 김수희 변호사는 "복수노조 체제에서 교섭대표 노조가 특정 노조를 차별했다면 공정대표 의무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노동위원회 시정 절차와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공정대표 의무는 복수노조 체제에서 교섭대표 노조가 특정 노조나 조합원을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김 변호사는 "노동위원회가 공정대표 의무 위반을 인정할 경우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가능해 분쟁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공정대표 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기존 판례상 단체협약 자체가 곧바로 무효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이번 사안을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 노노(勞勞) 갈등과 사업부 갈등, 나아가 주주와 직원 간 이해관계 충돌까지 동시에 분출된 복합 분쟁으로 보고 있다.

노사가 합의하긴 했지만 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수사는 별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후폭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초기업노조의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는 이날 현재 진행 중이며, 업계에서는 DS부문 조합원 비중이 높은 만큼 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후 3시 13분 기준 투표율은 92.74%를 기록했으며, 투표는 27일 오전 10시에 종료된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