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中 추월에 삼성·LG '선택과 집중'…숨겨진 이면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중국 가전 업체의 글로벌 공세가 거세다. 불과 십년 전만 해도 샤오미를 필두로 중국의 우수한 제품은 '대륙의 실수'로 조롱받기 일쑤였다. 저렴한 가격의 고성능 중국산 제품은 실력이 아닌 '우연'으로 여겨졌다.
최근 중국 가전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최대 단점이던 보안 설루션, AS도 강화했다. 중국 브랜드는 가격, 기술력, 디자인, 품질 개선에 힘입어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충족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 가전의 인지도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CES, IFA, MWC 등 글로벌 가전 전시회에서도 중국 가전 업체는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적인 행사에서 메인 자리나 명당은 모두 중국 기업이 독차지하고 있다"며 "기술 혁신도 위협적이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가전 기업의 시장 점령 속도는 더욱 무섭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가전 시장 점유율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가전제품 수입액은 50억 4319만 달러(약 7조 4800억 원)를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로봇청소기 시장의 경우 중국 브랜드가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로보락이 국내 시장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며 드리미와 에코백스가 2·3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안방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LG·삼성은 최근 가전 왕좌 자리마저 중국에 내주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생활가전·TV 판매를 중단하는 등 일부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일부 제품은 외주 생산으로 전환한다. LG 역시 그룹 차원으로 구조 재편을 진행 중이다.
C-제조(중국 가전)가 한국 가전을 추월할 것이라는 시각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삼성, LG 등 국내 기업은 앞선 기술력과 끊임없는 혁신으로 무수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왕좌 자리를 지켰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혁신 제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OLED TV(LG전자), 무풍 에어컨(삼성전자), 이동식 스크린(LG전자 스탠바이미), 가벼운 터치나 음성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오토 오픈 도어' 기능의 냉장고 등을 선보이며 저력을 입증했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한 제품도 수두룩하다. 의류 관리기의 대명사 스타일러, 식물 재배기, 수제맥주 제조기, 신발관리기 등은 新가전 트렌드를 주도해 왔다. 국내 가전 업계의 탄탄한 기술력과 뚝심이 빛을 발한 것.
가전 패권 경쟁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최근 기업 간 합작, 인수합병과 같은 재편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내 기업을 향한 위협은 거세질 전망이다.
이럴 때야말로 포기 대신 혁신이라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사업 철수는 최악의 출구전략이다. 혹시 혁신의 부족을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jinny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