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퇴직률 1%대 '록인'…삼성전자는 두 자릿수 대조
불황 속 식어버린 대퇴사 열풍…대기업 이탈률 3년 연속 하락세
무리한 이직 대신 안정·보상 선택…IT 거품 꺼지자 전통산업 노크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의 이·퇴직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005930)는 이·퇴직률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글로벌 기준 10%대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대조를 보였다. SK하이닉스의 확실한 보상 구조가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팬데믹 시기 거셌던 '이직 붐'이 빠르게 잦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적인 이직보다 안정적인 보상과 생존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보수적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2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순위 상위 500대 기업 중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고 비교 가능한 이직 및 퇴직률을 공시한 108개 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이·퇴직률은 2022년 2.4%, 2023년 1.8%, 2024년 1.3%로 매년 하락했다. 이·퇴직률 1.3%는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 개막과 함께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점하며 2024년부터 연이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이 성과를 직원들과 적극 공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성과 공유 구조가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이·퇴직률은 2022년 12.9%에서 2024년 10.1%로 낮아졌다. 삼성전자 역시 이·퇴직률이 하락세를 기록 중이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SK하이닉스와 대조를 보였다. 리더스인덱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인 DS사업본부의 이·퇴직률 수치만 별도로 확인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2024년 기준 이·퇴직률이 낮은 상위 20개 기업 명단을 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1.2%로 1위를 차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2년 4.0%에서 2년 새 2.8%포인트(p) 하락했다.
그 외에도 △삼성생명보험(032830)(1.3%) △에쓰오일(S-Oil·2.4%) △삼성전기(009150)(2.4%) △삼성SDI(006400)(2.5%) 등 각 산업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며 높은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2%대 이하의 이탈률을 기록하며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개별 기업들의 순위가 '직원들이 언제 회사를 떠나지 않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직장인들이 불확실한 이직보다는 현 직장에서의 '안정'과 확실한 '보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팬데믹 기간 고용시장을 강타했던 이른바 '대퇴사' 열풍과 '이직 붐'은 빠르게 식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전체 평균 이·퇴직률은 팬데믹 여파가 남아있던 2022년 9.2%를 기록했으나, 2023년 7.8%로 꺾인 데 이어 2024년에는 7.7%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무리하게 직장을 옮기기보다 현재 자리에서 생존과 내실을 다지려는 보수적 심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종별 통계를 살펴보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가진 전통 산업군의 이·퇴직률이 가장 낮았다. 2024년 기준 이·퇴직률이 가장 낮은 업종은 '상사'로 4.3%에 불과했다. 이어 통신(4.8%), 철강(5.2%), 조선·기계·설비(5.4%), 보험(5.5%), 에너지(5.5%) 순이었다.
상사와 철강, 조선·기계 업종은 대표적인 B2B(기업 간 거래) 산업으로 업황 사이클이 길고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돼 타 업종 대비 인력 이동이 적은 특성을 보였다. 통신과 보험, 에너지 업계 역시 안정적인 내수 시장과 높은 복지·급여 수준을 기반으로 임직원들의 이탈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팬데믹 시절 퇴직 붐이 일었던 생활용품·유통·서비스 업계도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생활용품 업종은 이·퇴직률이 2022년 18%에서 2024년 11.2%로 6.7%p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유통은 같은 기간 12.4%에서 9.2%로 3.2%p, 서비스 업종은 11.5%에서 8.8%로 2.7%p 낮아졌다.
이들 업종은 팬데믹 기간 비대면 특수와 IT·플랫폼 산업 팽창으로 인력 유출의 직격탄을 맞았던 분야다. 당시 유통·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은 더 높은 연봉과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시한 IT기업과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대거 이동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플랫폼 업계 거품이 꺼지고 채용 한파가 본격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리한 이직의 위험성이 커지자 인력 유출이 멈췄고, 오프라인 경제 정상화와 함께 기존 업종에 남은 직원들의 정착률도 빠르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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