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표류 'KDDX' 이번주 재입찰 마감…HD현대重·한화오션 막판 총력

후속함 수주 등 고려해 경쟁 치열…28일 오전 10시 등록 마감
당초 상반기 중 우협 선정 계획…재입찰 결과 따라 일정 변동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 현대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2년간 표류했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재입찰 마감이 이번 주 예정되면서 HD현대중공업(329180)·한화오션(042660) 등 조선 빅2의 막판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이번 수주가 향후 조 단위 후속함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해외 입찰에서도 실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업계에서는 어느 조선소가 선도함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이상 국내 수상함 체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 항고심 결과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점이 맞물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재입찰 참가 등록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마감된다. 개찰은 29일로 예정돼 있다. 사업비는 8820억 99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이다.

앞서 방사청은 이 사업에 대해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을 대상으로 한 지명 경쟁입찰을 추진했으나 HD현대중공업이 참여를 포기하면서 한 차례 유찰된 바 있다.

재공고 시에도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방사청은 한화오션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입찰 진행이 2년이나 늦어져서다.

당초 계획상 2024년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양사 경쟁 과열로 업체 선정 방식을 결정하지 못해 입찰 진행이 지연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재공고에도 한 업체만 제안서를 제출하면 수의 계약으로 진행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세부 협상과 계약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전후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다만 1차 입찰이 유찰되면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고, 재입찰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계약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대형 크레인과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이고 있다. ⓒ 뉴스1 윤일지 기자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모두 입찰 참여 가닥

이번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라며 "관련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도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까지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한화오션은 수중함 경험이 더 우세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0년 KDDX 기본설계 수주와 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경험으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KDDX 개념설계 수주와 장보고급·손원일급 잠수함·구축함 노하우, 가격 경쟁력 등을 앞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함 입찰 수주 등을 고려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KDDX 사업은 선체와 전투 체계를 국내 기술로 6000톤급 이지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총사업비는 7조 8000억 원 규모다.

선도함을 맡은 조선소가 사실상 후속함 건조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게 업계 관행인 만큼 수주 중요도가 크다는 평가다. 일단 선도함에서 기술 신뢰성·공정 관리 능력을 입증하면 나머지 5척도 동일 조선소에서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이나 한화오션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먼저 HD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플랜트, 해군 함정, 해외 해군 수출 등에서 폭넓은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차세대 주력 구축함 플랫폼을 경쟁사에 통째로 내주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한화오션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잠수함에서 수상함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 놓칠 수 없는 프로젝트다. 한화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방산과 조선의 시너지 강화 전략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방산 분야는 한 번 플랫폼을 잡으면 장기간 후속 물량이 연계되는 구조"라며 "후속함 수주, 성능개량, 유지보수(MRO) 등을 고려하면 수조 원짜리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으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HD현대 제공) ⓒ 뉴스1 박종홍 기자
HD현대 제기한 가처분 항고 변수…"갈등 봉합 못 하면 사업 지연"

현재 남은 변수는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가처분 항고심 결과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자사의 영업비밀이 포함된 기본설계 결과물을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공유했다고 주장하며 영업비밀 공개 금지 가처분 소송에 나섰다.

1심은 기각됐으나 항고심에서 법원이 HD현대중공업 손을 들어줄 경우 사업 구조나 기술 분담 구도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반대로 항고가 기각되면 절차상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 판단까지 구할 수 있다. 다만 향후 방산 사업 입찰 참여 등을 고려해 법적 쟁점이 일단락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거진 양사 간 불신과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향후 공동 사업이나 기술 협력 논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칫 선도함 일정이 미뤄질 경우 후속함과 연계된 전력화 일정도 영향받을 수 있다. 특히 해군의 노후 구축함 대체 계획과 연동돼 일정 차질이 전력 공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제기한 가처분 결과, 정부의 갈등 관리 능력이 KDDX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사업자 선정이 이미 2년이나 늦어졌는데, 추가적인 지연이 발생할 경우 전력 공백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