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있는 곳에 보상' 원칙 살렸다…삼성전자 합의안 뜯어보니

시장경제 원칙 훼손 비판 최소화…배분 비율로 '형평성 논란' 불식
현금 아닌 자사주로 성과급 지급…매각 제한으로 인재 유출 차단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수원=뉴스1) 박기호 양새롬 김진희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극적으로 타결에 성공한 성과급 합의안은 곳곳에 치열한 협상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영업이익의 N%'는 사업성과로 바뀌었고 특별성과급은 현금 대신 전액 자사주로 대체됐다.

이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 훼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산정 방식이 일종의 '표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후 10시 44분쯤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성과급 관련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 조정 결렬 이후 반나절 만에 재개된 교섭에서 약 6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이뤄졌다.

그간 여러 차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던 노사이기에 합의문 곳곳에는 양측의 입장을 절묘하게 반영하거나 각계에서 제기했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노사는 반도체(DS)부문 특별성과급 재원을 '노사가 합의하여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로 결정했다. 그간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사측은 10%를 주장했지만 잠정 합의문에는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를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사업 성과는 노조 투표를 통해 결정되며 영업이익이나 경제적 부가가치(EVA)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노사가 잠정 합의문에 이같이 애매한 문구를 사용한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 측의 요구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부분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원칙에서 벗어나며 상법 위반 등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잠정 합의안에선 특별성과급 지급 방식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정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대안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주요 기업들도 채택하고 있는 형식이다.

특히 이번 합의안에선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과 2년간 매각을 제한했다. 자사주를 통해 성과를 보상하는 동시에 인재 유출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DS부문 성과급 배분율 역시 노사 간 치열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잠정 합의문에선 DS부문 성과급을 부문 40%, 사업부 60%로 정했고, 공동조직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성과급 재원의 40%는 3개 사업부(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에 똑같이 배분되고 나머지 60%는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현재 경영실적을 감안하면 메모리사업부에 60%가 돌아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총파업까지 각오하면서 지키려 했던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이 반영된 결과다.

DS부문 사업부별 성과급 배분 문제 역시 뜨거운 감자였다. 메모리사업부는 흑자, 시스템LSI, 파운드리는 적자 상태인 까닭이다. 형평성 논란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지만 노사는 배분율 설정을 통해 논란을 불식시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안에선 임금을 6.2% 인상했다. 노조는 누적된 인플레이션과 경쟁사 대비 처우 개선을 근거로 두 자릿수에 가까운 파격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무리한 고정비 증가를 우려했지만 절묘하게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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