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극적 타결에도 시장경제 원칙 훼손…산업계 전반 파장
산업계에 '사업성과 N% 성과급' 요구 쓰나미 가능성
"자본주의 근간 흔드는 모순…주주의 권익 침해"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극적으로 성과급 갈등 봉합에 성공했지만 산업계에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삼성전자 노사 합의를 지켜본 주요 사업체의 노조 역시 사측에 사업 성과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구조는 상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동시에 분배 정의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총파업을 불과 1시간여 남겨 놓고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 노사는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사업 성과의 10.5%로 명문화해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을 걷어냈다. 이를 세후 기준 자사주로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사업 성과는 영업이익과 경제적 부가가치(EVA) 중에서 노조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노사가 극적으로 갈등 해결을 위한 합의점을 찾았지만 이번 합의를 두고 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회사 구성원에 대한 보상과 투자에 대한 결정권은 경영진에 있지만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기업의 경영 판단을 압박하고 주주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먼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에는 여러 이해 관계인이 관여한다. 위험과 손실을 부담한 투자자들이 있다"라며 "손실과 위험을 부담했으니 당연히 이익을 나누는 권한을 갖는다. 그게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 측의 요구에 대해 "정부도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를 한다. 세금을 깎아주기도 하고, 시설 지원을 해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제도적 정비, 외교적 노력을 통해서 지원한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금도 떼기 전의 영업 이익을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다"며 "투자자도 세금을 떼고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을 받지 않느냐. 어쨌든 저로서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뉴스1이 개최한 긴급 좌담회에서 잔여 청구권 개념을 언급하며 "근로자는 채권자로 대우받는데 (성과급 제도화는) 주주의 잔여 청구권과 맞바꾸는 개념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이 무너지는 것으로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주주의 잔여 청구권은 주주가 위험을 모두 부담하지만 잔여분에 대한 청구권을 가져가는 권리가 있다고 정의한 이론이다. 기업의 지배권을 주주가 갖는 것이 정당화되며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총에서 승인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직원은 이미 임금 등 확정된 보상을 받게 돼 있기에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상법상 자본충실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한 성과급 지급은 '분배 정의'에도 맞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특정 시기에 발생한 성과를 노조가 근로자의 기여만 강조해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분배 정의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고비용 구조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부추겨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과급의 제도화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다. 전문가들은 영업이익과 같은 사업 성과의 N%를 성과급으로 결정하면서 성과급을 고정 급여로 개념화했다고 꼬집었다.
동시에 경영진에 배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 명예교수는 "이사회의 경영 판단에 대해선 누구도 강압하면 안 되고 왜곡하는 행위에 굴복하면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사의 이번 합의는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산정 방식은 국내 산업계 전반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한 주요 대기업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삼성전자 노사 협상을 주시해 왔다"며 "이번 합의가 주요 기업의 성과급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합의를 기점으로 2000년대 이후 최악의 하투(夏鬪)'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도 현대자동차,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노조가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단체행동을 경고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에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 기준 노조가 요구하는 총 성과급 규모는 3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작년에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었다. 이들은 협상 과정에서 세 차례 부분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를 지켜본 현대차 노조가 더 강경한 태도로 회사를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업계 역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이익 공유 요구도 덩달아 확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 수준 성과 배분안을 포함했다. 통상 HD현대중공업 노조와 비슷한 수준을 요구하는 HD현대삼호 역시 영업이익 30% 안팎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노조도 현재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성과급 갈등은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리며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원청 노조뿐 아니라 하청·자회사 노조 역시 원청을 상대로 성과급 요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 하청노조는 올해 초부터 전 노동자 동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고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도 원청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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