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30% 요구에 노란봉투법까지…산업계 덮친 '최악의 하투' 공포
삼성전자·현대차·조선업계 노조 동시 압박…파업 리스크 확산
하청·자회사 원청 직교섭 본격화…"생산 차질·경쟁력 약화 우려"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2000년대 이후 '최악의 하투(夏鬪)'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자동차(005380), 조선업계 노동조합이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급과 임금 인상을 잇따라 요구하며 단체행동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게다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하청·자회사 노조의 원청 대상 직접 교섭까지 본격화하면서 산업 현장 전반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산 차질·수익성 악화 등 악영향이 이어지면서 수출 둔화, 투자 위축 등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사측은 물론 총수까지 직접 나서 파업 막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5일 전영현 부회장 등 DS(반도체) 부문 경영진이 직접 평택 사업장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이어 16일에는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재용 회장은 "내부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노동조합과 삼성은 한 가족이다.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노사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사후 조정 회의를 재개한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수용해 대표 교섭위원을 교체한 상태다.
그러나 협상 타결 여부는 미지수다. 노조가 여전히 '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및 상한제 폐지' 제도화를 고수하며 사측과 입장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이날 △초과이익성과금(OPI)을 영업이익 10% 또는 경제적부가가치(EVA) 20%(상한 50% 유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 200조 원 이상 시 OPI 외 별도로 영업이익의 9~10% 재원을 부문 공통 6·사업부 4 비율로 배분 △3년 지속 적용 이후 재논의 등의 내용을 담은 안을 제시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사측이 (중노위) 중재에 가면 노동조합이 힘들 것이라고 해 납득할 수 없다고 전달했다"며 "사후조정에서 동일한 자세라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불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공학회는 "올해 전 세계가 AI 혁명에 발맞춰 역사상 최대 규모 반도체 투자를 감행하는 시기"라며 "삼성전자 총파업은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 노조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에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 기준 노조가 요구하는 총 성과급 규모는 3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었다. 이들은 협상 과정에서 세 차례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노사는 '기본급 450%+1580만 원' 수준의 성과급에 최종 합의했다. 1인당 성과급 지급 규모는 4000만~500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조선업계는 '슈퍼사이클'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이익 공유 요구가 한층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329180)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 수준 성과 배분안을 포함했다.
통상 HD현대중공업 노조와 비슷한 수준을 요구하는 HD현대삼호도 영업이익 30% 안팎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화오션(042660) 노조도 현재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과급 갈등이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리며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시행된 노조법 개정안은 원청 기업의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힌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하청·자회사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과 단체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원청 정규직 노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하청·자회사·비정규직 노조까지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실제 현대모비스 자회사 현대IHL 노조는 현대모비스의 램프 사업 매각 결정에 반발해 지난달 27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원청인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인 모트라스 노조 역시 파업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도 하청노조의 원청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한화오션 하청노조는 올해 초부터 전 노동자 동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역시 원청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미국발 관세 리스크·중국 업체 저가 공세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자동차·조선처럼 협력업체 구조가 복잡한 업종의 경우 단기간 부분 파업만으로도 공급망 차질·생산 중단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해는 성과급 갈등과 노란봉투법 시행이 동시에 겹친 첫 임단협 시즌"이라며 "하청·자회사까지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가 되면서 산업계 전반의 부담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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