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나 떨어져 대한항공?' 조종사 연차 두고 노노 '폭발'

아시아나 노조위원장 공문 파장…대한항공 노조, 법적 대응
"같은 콕핏 앉기 싫다" 감정골 심화…입사조건 달라 봉합 난항

지난달 7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소속 항공기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2026.4.7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조종사 간 연차 통합 방안을 두고 노노(勞勞)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아시아나항공 채용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대한항공에 입사했다'고 주장한 것이 알려지면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불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조종사 연차 문제가 화학적 결합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아시아나 불합격자들 입사한 게 대한항공"…"대다수 아시아나 지원조차 안 해"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도성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APU) 위원장은 지난 5일 대한항공 사측에 보낸 공문에서 양사 조종사 서열 통합 문제를 개별 설명회 방식이 아닌 노사 간 공식 협의 채널을 통해 결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민 출신 조종사들은 능력이 뛰어나 아시아나항공에 먼저 입사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이 (비행시간) 1000시간을 채워 대한항공에 입사한 사람들이 많다"며 아시아나항공 근속 연수를 통합사 출범 이후에도 그대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간 출신 부기장 채용의 경우 대한항공의 필요 비행시간은 1000시간으로 아시아나항공 채용 기준(300시간)의 3배 이상이다. 이를 근거로 최 위원장은 "대한항공 민 출신들이 (입사 전) 프로펠러기로 700시간 비행한 시간에 아시아나항공 민 출신들은 B767·A321 등 제트기로 (입사 전후 도합) 1000시간의 민항 경력을 쌓았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KAPU) 조합원은 노조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지 않고 처음부터 1000시간 비행 경력을 쌓은 뒤 대한항공을 선택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최 위원장이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어떻게 입사하는지 실상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그 능력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지. 대한항공에 입사한 게 아니지 않느냐. 우리 경력, 이 정도까지는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맞지 전부 해달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 외에도 "우리보다 우수한 자원인 것처럼 말하는 게 어이없다"라거나 "그들과 같은 콕핏(조종석)에 앉기도 싫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내부 공분이 이어지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KAPU)는 이날 조합원들에게 보낸 공지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APU)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KAPU는 "최근 APU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과 왜곡된 주장으로 대한항공 전 운항승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현장 갈등과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APU의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모욕 등의 행위에 대해 모든 증거자료 수집을 완료했다.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

입사 전 비행 대한항공 700시간 많아…사측 "고용승계 원칙상 기존 연차 인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건 처음부터 양사 입사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간 출신 조종사가 부기장으로 입사하려면 대한항공은 비행경력 1000시간이 요구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300시간만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700시간의 비행시간을 채우려면 2~3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부기장들은 단순히 양사 입사일을 기준으로 조종사 서열을 정리하면 실제 비행 경력이 짧은 아시아나항공 부기장들이 먼저 기장으로 승진하는 일종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부기장들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고용 승계를 전제로 한 만큼 기존 근속 연수도 그대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갈등 봉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8일 양사 직원들을 상대로 '인적자원 설명회'를 열고 각 회사의 기존 승격 순번을 유지한다는 기본 원칙을 공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통합은 아시아나항공 직원에 대한 포괄적 고용 승계 및 차별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의 기존 사내 경력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 서열은 인사권에 대한 사항으로 노사간 합의는 원칙적으로 불필요하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조종사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입장차가 존재하는 만큼 회사도 계속 소통하고 조율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사 조종사 노조가 실제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에도 직원 간 화학적 결합까지는 상당 기간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했지만, 현재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계열사로 둔 상태다. 2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12월 대한항공 통합사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계열 LCC인 에어부산·에어서울 간 통합 LCC 출범은 내년 1분기로 예정돼 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