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증발 위기 삼성전자 노사, 오늘 마지막 담판…극적 합의?

사측 특별포상·노조 1인당 6억 맞불…합의 불발 시 21일 파업
경영 타격·노노 갈등에 정부 '긴급조정권' 카드 만지작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12일 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담판에 나선다. 파업 발생 때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감소분을 감안하면 '40조 원짜리 담판'인 셈이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오는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십조원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초기업노동조합 소속 7만 3000명 중 절반에 이르는 3만~4만 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반도체 핵심 라인의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11일에 이어 12일 오전부터 정부 세종청사에 있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 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노조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원을 기준으로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일괄 할당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영구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특별 포상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1인당 6억' 요구에 평행선 달리는 노사

이번 삼성전자 사후 조정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산정 방식의 개편과 상한선 철폐 여부다. 노조는 반도체(DS) 부문 임직원 1인당 약 6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강경한 투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존 연봉의 50%로 묶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없애고 이를 단체협약에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사측은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 특성을 고려할 때 특정 시점의 이익을 기준으로 보상을 고정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보인다. 대신 국내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또 성과급 상한선을 초과하는 금액은 별도의 특별포상 형태로 지급해 실질적인 보상 규모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협상안에는 6.2%의 임금 인상과 최대 5억 원 규모의 직원 주거안정지원 제도 도입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노사의 입장 차이가 확연해 극적인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사후 조정 회의에 앞서 "제도화에 대한 명확한 회사의 입장이 없으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1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정전자 사후조정 회의를 위해 조정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2026.5.11/뉴스1 김기남 기자
노노 갈등 격화도 숙제…피해 눈덩이 우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간의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예고된 파업이 강행될 경우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두 번째이자 역대 최대 규모의 조업 차질 위기를 맞게 된다.

지난 2024년 발생한 파업 당시에는 참여 인원이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해 실제 반도체 생산 라인에 미치는 타격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섭권을 쥔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80%가 핵심인 반도체 부문에 집중돼 있어 대규모 인력 이탈에 따른 실질적인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노조 내부의 주도권 분열 현상도 주요 협상 변수로 부상했다.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부문의 이익 극대화에만 집중하자, 소비자경험·모바일(DX) 부문 직원 비중이 높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동행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전사 공통 재원 확보를 통한 성과급 균등 배분을 주장한다. 초기업노조의 교섭권 회수까지 거론해 갈등 상황은 한층 복잡해졌다.

경제계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까지 이번 파업으로 인한 한국 경제 전반의 연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18일간의 파업이 이어지면 반도체 공급망이 크게 훼손돼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또 반도체 슈퍼 사이클 특수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화 촉구 나선 정부, 법원 가처분 결과에 '촉각'

국가적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와 사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후 조정을 사실상 주관하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하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김 장관은 SNS를 통해 "쉽지 않은 조정이지만 해법은 이미 우리들 가까이 있는지 모른다"며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만약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사후 조정마저 최종 결렬될 시 총파업의 실제 실행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갈리게 될 전망이다.

수원지방법원은 오는 13일 사측이 선제적으로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2차 심문을 진행한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가 총파업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될 전망이다.

노동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정부가 직권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삼성전자 총파업이 국가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파장이 막대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강제적인 조정 절차를 통해 파업을 일시적으로 유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