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참까지 비판…"삼성전자 파업, 경쟁국 반사이익…韓 신뢰도 영향"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삼성전자 총파업 파장 지적…일부 글로벌 기업, 우려 전달도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11일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단행할 경우 경쟁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암참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이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 안정성, 그리고 한국의 장기적인 투자 경쟁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800여 개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외국상의가 특정 기업의 노사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파업이 글로벌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암참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클라우드 컴퓨팅, 첨단 제조, 자동차, 에너지 산업 등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운영 안정성은 글로벌 기업과 주요 공급망 파트너에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참은 총파업으로 반도체 생산 차질 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담이 더 커지고 공급 병목 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전반적인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핵심 수출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은 한국이 구축해 온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제조·기술·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과 역내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도 전했다.
특히 "전략 산업 내 운영 차질은 글로벌 기술 생태계 내 한국의 신뢰도와 회복력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요 기업이 공급망 집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 및 조달 거점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경쟁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했다.
실제, 암참이 최근 발표한 '2026 국내 경영환경 설문조사'에선 한국이 글로벌 기업이 선호하는 아시아 지역본부 거점 순위에서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한 단계 하락했는데 노동 정책 등이 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꼽혔다.
암참은 "반도체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과 같은 상황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의 장기적인 투자 환경과 전반적인 사업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암참은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비롯해 전반적인 경영 및 투자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현안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회원사 및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과정에서도 공급망 회복력과 운영 안정성, 장기적인 경영 예측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암참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사실상 노조에 대한 '파업 자제 촉구' 메시지로 해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데이터센터·스마트폰·PC·서버·AI 가속기 등 핵심 사업 영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으로 한국발(發)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삼성전자 측에 파업으로 인한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메모리 확보가 절체절명의 과제인 글로벌 기업이 노조 파업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납기 지연이 현실화하면 위약 청구 등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관리를 중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HBM4 우선공급계약을 체결한 AMD는 사업 연속성과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ESG 평가의 핵심 항목으로 삼고 있으며, 공급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분기(QBR)·반기(SBR) 주기로 공급업체의 성과를 정기 평가하며, 그 결과를 실제 물량 배분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공급망 리스크 항목에 대한 감사를 통과하지 못한 기업은 거래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암참의 이날 우려 표명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닌 셈이다.
업계에선 암참의 메시지가 글로벌 기업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된 만큼 노조의 전향적인 입장 변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적법한 쟁의행위조차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불법적 행위로 생산량이 급감한다면 글로벌 선도 지위 상실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11일과 12일 이틀간 정부 중재로 성과급 관련 쟁점에 대해 재협상에 나선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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