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얼굴 밟고 기념 촬영"…3만명 집결 삼성전자 노조 '선 넘었다'

평택캠퍼스 앞 '성과급 상한 폐지' 집회…1.8㎞ 도로 '검은 조끼' 행렬
이 회장 포함 경영진 사진 훼손·밟기 퍼포먼스 눈살…"싸움 멈추지 않겠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사진을 밟고 지나가고 있다. 2026.4.23 ⓒ 뉴스1 박기범 기자

(평택=뉴스1) 박기범 김기현 기자

"매년 위기일 땐 경영진 성과급, 슈퍼사이클 땐 직원들 갈라치기 장난치냐?"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일대. 차량 출입이 통제된 왕복 8차선 도로 위로 날 선 문구가 담긴 현수막들이 줄지어 걸렸다. 전국삼성전자노조(NSEU)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성과급 제도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에 나선 현장이다.

평택캠퍼스 입구부터 행사장 메인 무대까지 약 1.8㎞ 구간은 검은색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낮 최고기온이 25도까지 치솟으며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지만, 현장의 열기는 기온보다 뜨거웠다. 이날 집회에는 노조 추산 4만여 명이 참여했다.

"밟고 지나가세요"…경영진 희화화한 퍼포먼스 눈살

이날 집회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경영진을 향한 노골적인 불만 표출 방식이었다. 행사장 한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사진이 나란히 인쇄된 가로막이 세워졌다.

그 위에는 '여기다 풀고 가세요!'라는 문구가 적혔고, 사진 속 경영진들의 눈과 입 주변은 이미 조합원들이 뚫어놓은 구멍과 낙서로 가득했다. 바로 옆 바닥에는 이들 3명의 대형 얼굴 사진이 깔렸다. 사진 아래에는 각각 '째째용'(이재용), '전시황'(전영현), '노때문'(노태문)이라는 조롱 섞인 별칭이 붙었다. 현장 관계자가 "밟고 지나가세요"라고 안내하자, 이동하던 조합원들은 자연스럽게 사진을 밟으며 지나갔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 뉴스1 김영운 기자
축제 같으면서도 비장한 분위기…1.8㎞ 도로 메운 '검은 물결'

집회 시작 전 분위기는 사뭇 이색적이었다. 대규모 투쟁 현장이었지만 조합원들은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거나,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부스를 돌며 기념촬영을 하는 등 마치 축제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입구 부스에서는 검은색 조끼와 피켓이 쉴 새 없이 배부됐다. 조끼 앞면에는 '투쟁', 뒷면에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조합원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는 핵심 요구 사항이 적혀 있었다.

도로 중앙 분리대에는 '총파업 승리'와 'NSEU' 로고가 새겨진 깃발들이 강한 바람을 타고 휘날렸다. 도로 곳곳에 걸린 "적자는 경영 실패 결과다! 무능한 경영진이 책임져라", "참을 만큼 참았다! 생존권을 사수하자" 등의 현수막도 대거 걸려있었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4.23 ⓒ 뉴스1 박기범 기자
무더위 뚫고 모인 조합원들…임금 협상 관철 위한 '무력시위'

행사 시작 시각인 오후 2시가 다가오자 뜨거운 햇볕을 피해 인근 나무 그늘이나 건물 벽면에 모여 있던 조합원들이 일제히 도로 위로 쏟아져 나왔다. 1.8㎞에 달하는 평택캠퍼스 내 도로는 순식간에 검은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로 가득 메워졌다.

오후 2시 5분, 대형 깃발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자 현장은 구호 소리로 가득 찼다. 조합원들은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 폐지 실현하자"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치며 사측을 압박했다.

노조 측은 이번 집회를 통해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한 공개와 임금 인상률 재고 등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집회는 삼성전자의 핵심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측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 투쟁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대한민국 경쟁력을 위한 싸움"이라며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의 문화를 만들고 이공계 처우를 개선하고 대한민국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이 싸움 멈추지 안겠다"고 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