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좌절 반복에 지쳐가…호르무즈 해협 현장, 혼란의 연속"

美-이란 협상 불발에 계류 선박 대기 지속
"운항 준비는 마쳐…안전 확신 없어 대기"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대표단을 회담을 벌인 뒤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4.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기대했다가 기약 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우리 선원들이 계속해서 지쳐가고 있습니다. 개방된다, 다시 폐쇄된다, 하루에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이 10척이다, 15척이다, 계속 바뀌니 현장은 혼란의 연속인 상황입니다."

12일 전정근 HMM(011200) 해원연합노조위원장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관련한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불발된 후 현지 상황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해협 폐쇄와 개방, 협상 소식과 불발 소식이 이어지면서 선박들이 운항 준비와 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이날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정부 대표단은 11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해협 개방 문제를 두고 21시간가량 마라톤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JD 밴스 부통령, 이란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이 협상단을 이끌었으며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중재에 나섰다.

양측은 이란 내 우라늄 농축 중단과 핵물질 반출 문제에 있어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합의 없이 미국으로 귀국한다"고 밝히고 협상장을 떠났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타스님통신은 "이란은 급할 것이 없다"며 합의가 없으면 해협 봉쇄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협상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3월 10일(현지시간) 유조선 칼리스토호가 오만 무스카트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이란은 7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에 혁명수비대 해군으로부터 통과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격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자료사진) 2026.03.10. ⓒ 로이터=뉴스1
中 선박 등 3척은 빠져나와…이란 제시 경로 이동

양국이 핵심 쟁점인 핵 관련 사안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더욱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8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봉쇄 선언 이후 이날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44일째 실질적으로 봉쇄 상태다.

긴장 완화와 고조가 반복되면서 해협 봉쇄로 페르시아만에 계류 중인 선박 선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면서 이란이 8일 해협을 다시 봉쇄되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상황이 계속 오락가락하다 보니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다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MM의 1만 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항에 정박해 있다가 해협과 더 가까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벨알리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통과 허가가 떨어지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해협을 빠져나가기 위한 포섭이었지만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계속해서 두바이항에 계류 중이다.

SK해운의 한 선박도 항해 준비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라는 회사의 통보를 받은 뒤 출항 준비에 나섰지만 다시 대기하는 상황이다. 박상익 SK해운연합노조 부위원장은 "언제든지 운항 재개를 통해 빠져나올 준비를 한 상황"이라면서도 "협상 타결이나 안전 보장에 대한 확신이 없어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외국 국적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의 경우 미국과 이란의 휴전 이후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선적 '세리포스', 중국 선적 '코스펄 레이크' 및 '허 롱 하이'는 라라크 섬을 우회해 항해했다.

다만 라라크 섬을 우회하는 경로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제시한 것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선박이 이 항로로 빠져나오기는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이란 측은 해협 통과에 대한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선사들 입장에선 비용 문제뿐 아니라 추후 미국 측 제재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한다.

지난 11일 오전 기준 호르무즈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에 발 묶인 우리나라 선박은 총 26척이다. 해당 선박 승선 인원 132명과 외국 선박에 탑승한 한국인 선원 37명을 포함하면 계류 중인 선원은 총 16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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