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 풀어 짐 버려" 조교로 돌변한 승무원…승객에 '반말'하는 이유
[르포] 빠른 행동 반응 일으켜야…파라타항공 훈련센터 가보니
A330·A320 기내, 실물 크기로 재현…'비상 탈출' 도어·슬라이드 갖춰
- 김성식 기자
(부천=뉴스1) 김성식 기자
브레이스 포 임팩트(Brace for Impact·충격에 대비하라)
기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비상구 옆 점프 시트에 앉아 있던 승무원이 우렁찬 목소리로 충격 방지 자세 '브레이스'(Brace)를 외쳤다. 불시착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세를 숙여 최대한 머리를 낮추라는 의미다.
항공기가 굉음을 내며 불시착하자 승무원은 빠른 속도로 점프 시트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돈하며 시트 아래 선반에 있던 손전등을 꺼내 들었다. 이후 육중한 비상문을 두 손으로 직접 열고 승객들을 향해 손전등을 비춘 뒤 소리쳤다.
"벨트 풀어, 짐 버려, 이쪽으로 나와"
우리가 익히 알던 따뜻한 미소에 나긋나긋한 말투를 쓰는 승무원이 아니라 마치 연병장에 훈련생들을 집합시킨 군대 훈련소 조교를 연상케 했다.
지난 27일 경기 부천 유한대학교에 문을 연 파라타항공 항공훈련센터. 이날 이곳에서 진행된 '도어 트레이너'(Door Trainer) 훈련에서 승무원은 A330-200 기내와 비상문을 실물 크기로 구현한 목업(Mock-up·모형)을 활용해 비상 탈출 시 비상문 잠금을 수동으로 해제하고 승객들을 기내 밖으로 대피시키는 전 과정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시연 시간은 1분 10초 남짓이었지만, 승무원의 머리카락은 이내 땀에 젖어 미역 줄기처럼 변했다. 안안성훈 파라타항공 훈련파트장은 "비상문 개방 후 90초 안에 모든 승객을 탈출시키기 위해선 짧은 명령어를 반복해서 사용해 빠른 행동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며 "이를 숙달하기 위해 승무원들은 주기적으로 훈련센터를 찾아 구슬땀을 흘린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훈련은 비상 탈출 슬라이드. 파라타항공 대형기 A330-200과 소형기 A320-200에서 쓰이는 높이 4m 내외의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건물 안에 그대로 들여왔다. 낙하하는 승무원은 '승무원 탈출'을 큰 소리로 외친 뒤 양팔과 양발을 정면에 뻗은 채 슬라이드 위에 앉은 자세로 내려왔다. 승무원은 모든 승객을 슬라이드로 내보낸 뒤 가장 마지막에 항공기를 떠난다. 그래서인지 탈출 훈련 내내 굳은 표정이었던 승무원도 두 발을 땅에 딛자 옅은 미소와 함께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항공훈련센터에선 화재진압 훈련도 진행됐다. 기내 일부를 구현한 밀실 안 좌석에선 불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나왔다. 2인 1조로 구성된 승무원 중 한 명은 화재가 발생했음을 신속히 기장에 알렸고, 다른 한 명은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다.
안 파트장은 "기내 오버헤드빈과 좌석, 화장실 등에서 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해 훈련한다"며 "기내 화재는 초기 진압에 실패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동시다발적인 초기 진압 역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항공훈련센터는 유한대학교 내 2개 동 3개 층에 약 292평 규모로 조성돼 이날 공식 개소했다. 지난해 5월 파라타항공과 유한대학교가 항공훈련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지 10개월 만이다.
센터에는 파라타항공의 기종별 기내 실습실을 비롯해 비상보안장비 실습실, 화재진압 실습실, 비상탈출 슬라이드, 도어 트레이너 등이 마련됐다. 파라타항공은 항공훈련센터를 자사 승무원들의 훈련 공간을 넘어 유한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생들의 실습 공간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윤윤철민 파라타항공 대표이사는 이날 개소식에서 "항공산업에서 안전은 타협 불가능한 절대적 기준이며 그 출발점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출범 이후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최신식 항공훈련시설 구축하게 돼 의미가 깊다. 단순한 시설 투자를 넘어 안전 운항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파라타항공의 의지이자 실행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훈련센터를 현장 대응 능력과 안전 수행 능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기반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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