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도 보호자입니다"…악성글과 힘겨운 싸움 버틴 이 사람

[인터뷰]연임 성공한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장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 회장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송아 기자 = "자극적인 악성 게시물로 인해 동물병원이 악마화된 적도 있습니다. 이런 부당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3년 동안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 회장은 동물병원을 향한 악성글의 최대 피해자다. 감정적인 여론몰이를 당해 병원 문을 닫은 뼈아픈 경험이 있다. 몇 년간 소송 끝에 승소했다. 하지만 이미 병원 문은 닫았고 피해는 거의 보상받지 못했다. 온라인상에는 아직도 잘못된 정보가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는 동료 수의사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회장이 된 뒤 고충대응위원회를 설립했다. 이후 자문변호사를 통한 법률 지원을 해 왔다. 지난 2월 치러진 제27대 회장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해 앞으로 3년 동안 수의사와 보호자 간 인식의 간극을 줄이고 소통 강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온라인 악성글엔 단호히 대응하며 방패막이

황정연 회장은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수의사의 위상을 올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9일 헬릭스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대표원장인 황 회장은 2019년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전문 암센터(서울동물영상종양센터)를 개원했다. 고가의 심폐체외순환기를 도입해 2020년에는 국내 최초로 강아지 이첨판폐쇄부전증(MMVD) 수술에 성공하는 등 수의료 발전을 위해 앞장서 왔다.

그렇게 잘 나가던 병원은 한 직원의 조작된 증거와 허위 제보, 자극적 기사와 악성글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피해는 눈덩이가 됐다.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수의사회가 기존에 진행한 의료배상책임보험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졌다. 매년 보험비가 상승하면서 회비를 넘어서는 결과도 초래했다.

황 회장은 자신조차 현실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제도 대신 고충대응위원회를 만들어 3년 동안 300건이 넘는 법률 지원을 했다. 지난 한 해만 200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진료에 집중하느라 대응 방법을 몰라 속앓이하던 수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개, 고양이에게 물리는 건 일상이라 상담 영역에 포함 안 됐다.

수의료분쟁의 대다수 이유는 보호자의 관점에서 치료 결과에 대한 불만족이다. 진료비를 미납하거나 병원 기물 파손, 업무방해 등 문제도 있었다. 수의사와 보호자가 대화 과정에서 원만한 해결이 되지 않으면 보호자가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방적인 주장과 잘못된 정보가 담겨 있거나 명백한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회원수나 팔로워수를 의식한 카페 운영자, 인플루언서 등이 게시물을 방치해 피해가 커지기도 했다.

황 회장은 수의사회의 1차 목적인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고충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가급적 소송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원만한 해결을 도왔다. 소송 과정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인정보가 담긴 진료부 공개, 의약품 불법 유통, '동물판 안아키'로 불리는 자가 진료 문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료비 단순 비교 글도 문제다. 병원마다 인력도, 진료 시간도, 의료 장비도 다 다르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진료비 내역을 올리는 글도 많다.

이 같은 문제는 향후 대한수의사회와 함께 대처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우연철 회장은 앞서 서울수의사회 회원이기도 한 박철 공보부회장, 설채현 대변인, 이태호 학술홍보위원장으로 구성된 공보 체제를 소개하며 대국민 소통 강화를 선언했다.

황 회장은 "300건이 넘는 고충 민원을 해결하며 진료권을 방어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고충대응위원회를 상시 법률 및 행정 지원 체계로 격상해 회원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방패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통의 부재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병원에 더 자주 오고 필요한 진료를 받으면서 서로 이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세이브위원회로 사회공헌…"위상 올리겠다"
2026 춘계 서울수의임상콘퍼런스 참석자들이 28일 개막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여섯 번째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장, 일곱 번째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수의사회 제공). ⓒ 뉴스1

황정연 회장은 '세이브위원회(SAVe위원회)'를 통해 사회공헌을 하고 수의사의 위상을 올리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김석중 24시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세이브위원회는 '동물의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새로운 조직이다. 수의사와 업계 관계자가 함께 화합을 도모하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취약계층에 기부도 할 예정이다.

그는 "수의사의 위상은 단순히 진료실 내 역할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가진 생명 존중의 가치를 진료실 밖, 사회 곳곳으로 넓혀갈 때 비로소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의사가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때 대중으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고 우리의 사회적 위상도 한 차원 더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 회장은 수의사의 긍정적 이미지를 올리고 반려동물의 의료복지 향상을 위해 대국민 홍보와 교육, 건강검진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그는 "수의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보호자가 수의사를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에 평생 동행하는 든든한 파트너로 인식할 때 자연스럽게 구축된다"며 "예방적 차원의 건강검진이 반려견, 반려묘의 생애주기에 필수라는 인식을 심어 동물병원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이브위원회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헌신적인 수의사의 면모를 알릴 것"이라며 "진료실 안에서는 언제든지 편하게 조언을 구하고 건강을 상의할 수 있는 주치의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콘퍼런스 연 2회 개최, 펫보험 활성화 협약, 서수약품 매출 증대 등을 통해 회의 재정을 창립 이래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임기 동안 확충한 튼튼한 재정과 실무 능력을 바탕으로 외부의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대외협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임상 수의사들의 생존권과 권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동물복지 향상이라는 큰 틀에서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적 조율을 시도하겠다"며 "이재명 정부도 정책 입안 과정에서 수의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난 3년간 튼튼하게 다져놓은 기반 위에 이번 임기에는 더 꼼꼼하고 세심한 소통으로 회원들의 화합을 완성하겠다"며 "업계와도 상생하면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수의사도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름의 보호자"라며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고 소중한 가족을 맡긴 보호자의 기대에 부응하려 최선을 다하는 수의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펫피플][해피펫]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 회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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