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쇼크' 석화업계, 공장 연쇄 가동 중단…셧다운 막기 안간힘

4월 말까지 셧다운 마지노선 연장…여수 산단, 전략적 셧다운 확산
非 중동산 나프타 확보 고군분투…중동 장기화시 추가 셧다운 우려

이란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자 오만 무스카트항 인근에 루오지아산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회사마다 구매 담당이 러시아산까지 포함해 해외에서 나프타 수입을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나프타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기는 합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연쇄 셧다운 공포에 휩싸였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메인 공장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대정비 작업을 명분으로 전남 여수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여천NCC의 프로필렌 전용 공장(OCU), LG화학의 여수 2공장에 이어 여수산단에서도 공장 가동 중단 사례가 나오고 있다. 나프타 재고 소진을 최대한 늦추려는 전략이다.

석화 업계는 그간 거래를 하지 않던 러시아산까지 수입을 추진하는 등 비중동산 나프타 확보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석화 업계가 에틸렌 공급을 중단하면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을 뒤흔드는 쇼크가 발생하기에 정부 역시 나프타 수출 전면 금지라는 긴급 조치까지 내리며 지원에 나섰다.

이 같은 조치로 당초 이달 말부터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됐던 셧다운을 다소 연기하는 데 성공했지만 업계는 극심한 불확실성에 신음하고 있다.

"나프타 구매 활동 분주…러시아산 도입도 추진"

한 석화 업계 관계자는 2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구매 담당자가 해외에서 나프타 구매를 위해 엄청 분주하다"며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역시 최종 계약은 정부(차원)에서 결정이 될 것이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석화 기업 관계자도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선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비(非)중동 지역에서 수입을 추진 중인데 물량 자체가 크지는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석화 업계는 국내 정유사로부터 50~60%, 해외에서 40~50% 수준의 나프타를 조달해 왔다. 해외에선 미국, 인도 등에서도 수입을 하지만 소량이고 대부분 중동산이라고 한다. 국내 정유사들 역시 원유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중동산 나프타 공급마저 막히면서 원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나프타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이외의 국가에 대체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나프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입 역시 쉽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나프타 수출' 금지 조치, 단기적 효과…'효과 크지 않다' 반응도

정부는 27일 오전 0시를 기해 국내에 보유 중이거나 생산되는 나프타 수출을 금지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나프타의 수출 비중은 약 11% 수준이다.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해외에 수출된 나프타는 총 19만 6936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 감소했다.

정부의 조치는 단기적으로 석화 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4월까지 석화 업계가 버틸 수 있다고 했고 업계 역시 다소 여력이 생겼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극적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 정도라도 국내 석화 업계로 공급이 된다면 기존보다는 더 버틸 여력이 생기게 됐다"며 "셧다운 마지노선 역시 늦춰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수출 물량이 많지 않아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여수산단 공장 가동 증가…'버티기' 나선 석화 업계

수입 다변화 및 수출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자구노력은 계속 이뤄질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전날부터 여수 공장 NCC에 대한 대정비작업에 돌입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당초 다음 달 18일로 예정됐던 보수 일정을 약 3주 앞당겼다. 중동 분쟁 여파로 나프타 조달이 어려워지자 생산량을 줄이는 동시에 전략적으로 설비 점검을 앞당겼다.

LG화학 역시 지난 23일부터 여수 2공장(연산 80만 톤 규모)의 가동을 중단했다. 나프타 수급난이 심화하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1공장(120만 톤)에 재고 물량을 몰아 최대한 버티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여천NCC는 프로필렌 전용 공장(OCU)의 가동을 멈춘 데 이어,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을 최저 수준인 60%까지 낮췄다.

국내 석화 업계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연쇄 셧다운을 막고 있지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추가 셧다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생산이 중단되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있기에 가동 중단만을 막기 위해 모든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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