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피지컬 AI 설루션 기업 선언…문혁수 "패러다임 전환"(종합)

LG이노텍, 23일 정기 주주총회…"27년 로봇용 부품 대규모 양산"
반도체 기판 '효자 사업' 육성…생산능력 2배 확대 위해 캐파 확장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LG이노텍(011070)이 단순 부품 공급사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설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자율주행과 로봇 등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장을 차세대 핵심 축으로 삼아 2030년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23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마곡R&D캠퍼스에서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미래 사업 청사진과 실적 개선 방안을 공유했다. 문 사장은 "자체 개발한 부품을 고객에게 낙찰받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축적된 센싱, 기판,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 니즈에 최적화된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AI' 공략 가속화…2027년 로봇용 부품 대규모 양산

LG이노텍은 취임 초부터 문 사장이 강조해 온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봇용 부품 분야에선 이미 라이다(LiDAR)와 카메라 등을 결합한 복합센싱 모듈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

문 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는 이미 초기 양산 단계에 진입해 수백 대 규모로 공급 중이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양산 시점은 고객사들의 일정을 고려해 2027년에서 2028년 사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로봇 사업이 매출 수천억 원 규모의 '의미 있는 숫자'를 기록하며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하는 시점은 3~4년 후인 2030년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장 사업 역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율주행용 AP 모듈 매출이 올 4분기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전장 부품 매출은 당분간 연간 20%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사장은 전문 역량 확보를 위해 "상반기 중 소프트웨어 강소업체와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이 23일 정기 주주총회 참석 이후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반도체 기판 '효자 사업' 육성…생산능력 2배 확대 위해 캐파 확장

수익성 강화의 핵심으로는 패키지 설루션(반도체 기판) 사업을 꼽았다. 문 사장은 신년사에서 밝힌 '고수익 사업 포트폴리오(High Performance Portfolio)' 전략의 일환으로 기판 사업을 적극 육성해 5년 내 광학 설루션 사업 수준의 영업이익 기여도를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패키지 설루션 사업부의 2025년 영업이익은 1289억 원으로 전년(708억 원) 대비 8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 또한 1조 7200억 원을 기록하며 18% 상승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 사장은 "현재 유리 섬유가 들어가는 반도체 기판(RF-SiP 등)은 최대 생산능력에 임박한 상황"이라며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캐파의 약 2배 규모로 공장 확장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버용 FC-BGA 등 고부가 제품은 내년 하반기부터 캐파 확대 효과가 나타날 예정이며 2028년에는 2.5D 패키지 등 차세대 제품의 매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LG이노텍 마곡 본사.
"올 상반기 실적 반등 확신…투자와 주주환원 병행"

실적 전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사장은 "주력 고객사의 일정상 상저하고 흐름은 불가피하지만, 작년을 저점으로 올해는 상반기 실적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에 집중됐던 대규모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올해부터 줄어들고 내부적인 고정비 절감 노력이 더해지면서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사업 구조도 티어2(부품 공급)에서 티어1(통합 설루션 공급)으로 격상하고 있다. 단순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문 사장은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서는 "부채비율이 100% 이하로 낮아지는 등 현금 여력이 충분하다"며 "미래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배당 성향과 규모를 확대해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선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제50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비롯해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및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 건을 승인했다. 이사 선임 건에서는 경은국 CFO가 사내이사로, 박충현 ㈜LG 전자 팀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으며, 박래수·노상도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도 모두 통과됐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