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급등에 항공업계 '비명'…비상경영·리스크 헷지 '안간힘'

티웨이항공 비상경영 선포…"불요불급 투자·지출, 집행 보류"
대한항공 유류량 최대 50% 헷지…업계, 정부에 비축유 활용 요청도

중동 상황 악화와 환율 급등으로 항공, 여행업계에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5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계류돼 있는 모습(자료사진). 2026.3.5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양새롬 박기범 기자 = 항공업계가 고환율과 공급 과잉에 이어 중동발 유가 급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올해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실적 악화 우려로 바뀌고 있다.

항공업계는 유가 관련 파생 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선제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항공유 가격 한달새 61% 급등하자…티웨이항공, 유동성·재무건전성 확보 사활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091810)은 전날 사내 공지를 통해 금일부터 전사적 비상경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자 계획과 비용 구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불요불급한 지출과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 조정 또는 집행 보류 등의 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정비와 안전, 운항과 관련된 필수 투자와 예산은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티웨이항공이 허리띠를 졸라맨 건 지난달 말 시작된 미국과 이란 간 군사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16일~2월 15일 배럴당 85달러였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지난달 말 중동 분쟁의 영향으로 2월 16일~3월 15일 배럴당 137달러로 61% 급등했다. 항공유는 특수 탱크에 저장해야 해 재고량이 적어 공급 상황에 따른 가격 등락이 다른 유종 대비 더 큰 편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최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확대 및 환율·유가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선제 대응을 통한 재무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안전운항과 관련된 투자와 비용에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유류비, 항공사 비용지출의 30% '최대'…'제로 코스트 칼라' 파생상품으로 헷지

유류비가 항공사 전체 비용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로 가장 많다. 전날 공개된 대한항공(003490)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은 전체 비용 지출(14조 9600억 원)의 28%인 4조 1600억 원을 유류비에 지출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대한항공이 추산한 올해 연간 유류 소모량은 약 3050만 배럴로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변동할 경우 약 3050만 달러(약 460억 원)의 손익 변동이 발생한다.

같은 날 공개된 아시아나항공(020560) 사업보고서에도 지난해 사용한 유류비는 2조 2000억 원으로 전체 비용 지출(7조 6100억 원)의 29%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추산한 올해 연간 유류 소요량은 1155만 배럴로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변동할 경우 약 1155만 달러(약 173억 원)의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에 항공사들은 유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운용 중이다. 대한항공은 파생상품을 통해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까지, 아시아나항공은 30%까지 헷지하고 있다.

계약한 파생상품은 주로 제로 코스트 칼라(Zero Cost Collar)로 유가 상·하단 행사가격을 설정, 유가 변동 위험을 일정 가격 범위 내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에 따라 최근과 같은 유가 급등 시에도 유류비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의 이같은 비용 절감과 유가 헷지 노력에도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항공사들의 수익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12곳은 지난주 국토교통부 차관을 찾아 고유가 보전을 위한 정부의 비축유 활용 등 정책적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류할증료 4배↑, 뉴욕 왕복시 +40만원…작년 고환율에 여객 증가율 이미 꺾여

유가 급등에 따른 유류 할증료 인상으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위축되는 것도 항공사들이 고심하는 부분이다. 항공사들은 오는 4월 적용되는 유류 할증료 가격을 이달 대비 3~4배가량 인상했다.

이에 따라 비행 거리가 가장 긴 미국 동부 노선의 경우 왕복 기준 대한항공은 40만 8000원, 아시아나항공은 34만 6600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유류 할증료는 운임, 공항 이용료와 함께 항공권 가격에 포함된다. 최근 3년간 유가 안정으로 유류 할증료가 저렴했던 만큼 소비자들의 체감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가파르게 늘어났던 항공 여객수는 이미 지난해 고환율에 따른 해외여행 부담으로 증가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적 항공사 11곳을 이용한 여객수는 3339만여 명으로 전년 동기(10곳) 대비 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증가율은 1년 전인 2024년 4분기 증가율(6.5%)보다 1.0%포인트(p) 낮아진 것이다. 특히 장거리 노선이 많은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여객 증가율이 8.6%에서 5.3%로 3.3%p 하락했다.

지난해 고환율과 좌석 공급 과잉으로 항공사들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지난해 상장 항공사 6곳 중 대한항공을 제외한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제주항공(089590), 진에어(272450), 에어부산(298690) 등 5곳이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5개 상장사의 영업손실 합계는 7397억 원에 달했다. 복수의 상장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여객 운항에 차질을 빚었던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대한항공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5% 감소했다.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2026.3.8 ⓒ 뉴스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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