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시선 탐구' 트레버 페글렌,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

심사단 "거대언어모델 등 변화하는 세상서 윤리적 가치 일깨워"
LG, 책임 있는 AI 추구…'엑사원' 개발 시 위험 분류 체계 적용

트레버 페글렌이 2026년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LG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LG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New York)은 2026년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로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시선에 질문을 던져온 미디어 아티스트 트레버 페글렌(Trevor Paglen)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I·기술 발전 속 윤리적 가치 조명

올해로 4회째를 맞은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LG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맺은 'LG 구겐하임 아트&테크 파트너십'(LG Guggenheim Art and Technology Initiative)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창의적 혁신을 만들어 낸 예술가에게 상금 10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와 트로피를 수여하며 작가들의 도전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인 트레버 페글렌은 미국 출신 지리학자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가진 권력 구조와 감시 체계를 사진과 영상, 조형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해 왔다.

대표작 중 하나인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 '이미지넷의 얼굴들'(Faces of ImageNet)은 AI가 사진 속 사람을 분류하는 알고리즘을 역으로 이용해, 편견을 학습한 AI가 얼마나 차별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지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관객이 카메라 앞에 서면 AI가 해당 인물을 어떤 범주로 분류하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트레버 페글렌 작가의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 '이미지넷의 얼굴들'.(LG 제공)/뉴스1

영상과 퍼포먼스 작품인 '사이트 머신'(Sight Machine)에서는 현악 사중주 실황 공연을 AI의 시각으로 보여주며 기술이 중립적이지 않고 사용 방식에 따라 보이는 방식이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트레버 페글렌은 군사시설이나 감시 시스템에 대한 사진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도 심도 있게 다뤄 왔다. 그는 전쟁에 사용되는 인공위성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군사적, 상업적, 과학적 기능이 전혀 없는 무해한 위성 '궤도반사경(Orbital Reflector)을 만들어 직접 우주로 쏘아 올리기도 했다.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에 앞서 페글렌은 2018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MacArthur Fellowship)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해 파리 퐁피두 센터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LG 구겐하임 어워드 국제 심사단은 "기술을 둘러싼 권력 구조와 상호작용을 심도 있게 질문해 온 트레버 페글렌은 특히 거대언어모델(LLM)과 현대 AI 시스템의 등장 이후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를 확장해 왔다"면서 "기술에 대한 비판적 탐구와 공적 책임, 윤리적 가치를 일깨우며 지속해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기에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트레버 페글렌 작가의 영상과 퍼포먼스 작품 '사이트 머신'.(LG 제공)/뉴스1

심사단은 국제적 위상을 갖춘 미술관의 관장, 큐레이터, 아티스트 등으로 해마다 새롭게 구성되며 LG의 관여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올해 심사단은 8주간의 심층 심의를 통해 24명의 수상 후보자를 선별했고, 최종 심의를 거쳐 트레버 페글렌을 올해 수상자로 확정했다.

트레버 페글렌은 "이미지와 알고리즘, 기술 인프라는 이제 도구를 넘어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 역사를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참여자"라면서 "수상하게 돼 영광이며,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지지해 주는 LG와 구겐하임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나오미 벡위스(Naomi Beckwith) 구겐하임 수석 큐레이터는 "보이지 않는 기술 시스템의 구조를 예술로 드러내 온 페글렌은 우리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변화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트레버 페글렌은 역대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들을 비롯해 한국 예술 작가들과도 여러 차례 같은 전시에서 호흡을 맞추며 동시대 기술 담론을 이끌어 왔다.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MMCA) 청주에서 지난해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인 김아영 작가를 비롯해 LG와 협업한 추수 작가 등과 함께 AI가 사회·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탐구했다.

또 2020년에는 샌프란시스코 드 영(de Young) 미술관에서 초대 수상자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와, 2018년에는 광주 비엔날레 전시에 2대 수상자 슈리칭(Shu Lea Cheang), 김아영 작가와 함께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했다.

"LG가 추구하는 '책임 있는 AI' 철학과 맞닿아"

LG는 추구하는 '책임 있는 AI' 철학이 기술의 윤리적 의미를 성찰하는 페글렌의 작품 세계와 연결된다고 전했다.

LG는 전 세계 기업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AI 윤리 권고 이행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해마다 'AI 윤리 책무성 보고서'를 발간하며 기술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엑사원'(EXAONE) 개발에도 AI 위험분류 체계를 적용해 검증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트레버 페글렌의 작품에 투영된 질문들은 LG가 해왔던 고민과 같은 선상에 있다"며 "LG 역시 AI 역량을 강화해 나감에 있어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기술의 인간 중심적 활용이 진정한 혁신의 기반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수상을 축하하며, 인간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AI 미래를 구축하겠다는 LG의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는 기술이 실질적으로 예술에 영감을 주고 새로운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이어간다. 오는 5월 뉴욕에서 진행되는 구겐하임 현지 수상자 축하 행사 등에서는 OLED 기술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LG는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이 창작자의 의도를 가장 온전하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LG는 후원을 넘어 아트&테크 분야의 학술적 근간을 다지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파트너십은 2023년부터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문 학예 연구 큐레이터 포지션을 운영 중이다. 이 자리에 선임된 노암 시걸(Noam Segal) 박사는 파트너십 전담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기술을 활용한 전시 활동과 작가 발굴 등 국제 예술계에서 아트&테크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