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다름과 틀림 사이

서명훈 산업1부 부국장

(서울=뉴스1) 서명훈 산업1부 부국장

"그건 생각이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잖아"

취재원과 전화로 30분 넘게 언쟁을 벌인 직후였다. 한 선배가 어깨를 툭 치며 해준 말이었다. 기자를 시작한 지 3년쯤 됐을 무렵이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했고 곧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당시 내게 세상은 아주 단순했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두 가지로만 나뉘는 듯했다. 옳지 않다고 판단하면 기사로 써서 바로잡고 싶었다. 문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르는 기준이었다.

선배의 말을 듣고 돌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틀림'은 사실 '다름'과 같은 말이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틀렸다고 치부했고, 틀렸으니 바로잡아야 한다고 믿었다. 지금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언성을 높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30분 넘게 싸웠던 이유는 분명했다.

최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대부분 회사에서 관리자 직급을 맡고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후배들 일하는 걸 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잘 모르겠고 일하는 방식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이어졌다. MZ세대라서 그렇다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너무 '꼰대' 같다는 자조도 곁들여졌다.

화가 난다는 감정의 이면에는 '틀렸다'는 판단이 숨어 있다. 물론 이야기 속에는 분명히 틀린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고방식의 차이였고 일을 대하는 태도의 다름이었다.

가장 열변을 토하던 친구의 어깨를 치며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고 그 선배의 조언을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내가 상사인데 나한테 맞춰야지. 내가 부하 직원들 눈치를 봐야 하냐"는 것이었다. 이해와 배려가 눈치보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조직의 갈등도, 세대 갈등도 시작은 비슷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틀렸다고 규정하는 순간 대화는 멈추고 갈등만 남는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이거 우리 회사 얘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말을 기억해 두길 바란다. "그 친구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mhsu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