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AI 열풍 타고 영업익 '1조 클럽' 입성 유력

증권가 나란히 '1조 클럽' 안착 전망…고부가 제품이 실적 견인
중동발 물류 리스크는 변수… AI 고성장세가 불확실성 상쇄할 것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삼성전기 제공). ⓒ 뉴스1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삼성전기(009150)와 LG이노텍(011070)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나란히 영업이익 '1조 클럽'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 업황에 따라 실적이 춤추던 '부품사'의 굴레를 벗고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지로 거듭나는 양상이다.

특히 삼성전기는 고부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AI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기반으로, LG이노텍은 광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라는 새로운 영토를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증권가 나란히 '1조 클럽' 안착 전망…고부가 제품이 실적 견인

16일 금융투자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나란히 영업이익 1조 원 고지를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삼성전기의 2026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26% 늘어난 1조 1400억 원으로 추정했다. KB증권 역시 LG이노텍의 실적 개선세를 바탕으로 1조 원 돌파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의 배경에는 AI 시장 활성화에 따른 '하드웨어 병목(Bottleneck)' 해결 수요가 있다. AI 칩의 연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면서 이를 뒷받침할 기판과 수동부품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에 따라 MLCC와 FC-BGA 같은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의 가치가 빠르게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수요 증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AI 서버는 높은 전력 안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용량·고신뢰성 MLCC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삼성전기 MLCC 공장 가동률은 최근 95~99%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FC-BGA 기판 사업 역시 성장세다. AI 반도체 패키징에 필수적인 고밀도 기판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관련 생산라인이 사실상 풀가동 상태다. 삼성전기는 여기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꼽히는 유리기판 사업도 추진하며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섰다.

LG이노텍 또한 전통적 비수기인 4분기에 연간 이익의 절반 이상을 몰아치며 '상저하고'의 체질 개선을 입증했다. 층수가 늘어난 FC-BGA와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의 고사양화로 단가가 상승한 영향이다.

로봇용 비전 센싱 기술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로봇 기업과 협력하며 '피지컬 AI' 시장을 겨냥한 센싱 부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이노텍 구미사업장 전경(LG이노텍 제공) ⓒ 뉴스1 최동현 기자
늘어난 재고자산 '성장의 증거'… 미래 수요 대응 위한 전략적 비축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의 증가는 판매 부진에 따른 '악성 재고'로 해석되지만 최근 양사의 행보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미래 수요 폭증에 대비해 핵심 자재를 미리 확보하고 완제품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는 '공격적 비축'의 결과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약 98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7% 늘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원재료 취득 원가다. 전년 1103억 원에서 1620억 원으로 46.2% 급증했다. 이는 공장에서 완제품을 쌓아두는 대신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 자재를 대거 들여와 라인을 바쁘게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LG이노텍 역시 재고자산이 1조 4042억 원으로 18.2% 증가했다. 증가분 2000억 원 중 대부분인 1950억 원이 '제품 및 상품'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향 고사양 광학 제품과 AI 기판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기업의 재고 확대를 단순한 판매 부진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재고를 비축한다는 것은 향후 공급 물량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자 수요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어선 9일 경기 의왕시 의왕ICD 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2026.3.9 ⓒ 뉴스1 김영운 기자
중동발 물류 리스크는 변수…AI 고성장세가 불확실성 상쇄할 것

다만 대외 변수는 존재한다. 두 회사 모두 수출 의존도가 높은 까닭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모두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의 96%가 수출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최근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은 변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기에 처하면서 해상 운임 급등과 유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로 봉쇄 시 유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AI 서버와 전장 부품의 성장세가 이 같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로봇·전장 시장 성장으로 고부가 부품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이 반도체 칩 중심에서 인프라 전체로 확장되면서 부품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AI 서버와 전장 부품이 실적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두 회사 모두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