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2공장 추가 가동 중단 검토…위기속 사업재편 속도

작년 3공장 이어 2공장 중단 방안 검토…생산능력 60% 감산
중동사태로 사업재편 논의 가속…확정시 정부 목표 달성 가시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여천NCC 3공장 앞.2025.8.11 ⓒ 뉴스1 김동수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국내 에틸렌 생산 3위 업체인 여천NCC가 가동 중단 공장을 확대하고 경쟁사와의 통합 법인 설립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악재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료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생존'을 위한 사업 재편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10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지난해 가동을 멈춘 여수 3공장에 이어 2공장까지 추가로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포함한 사업 재편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여수 2공장과 3공장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각각 연간 91만5000톤, 47만톤 수준이다.

두 공장이 모두 멈출 경우 총 14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이 감소한다. 여천NCC의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약 230만톤에서 90만톤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전체 생산능력의 약 60%를 줄이는 고강도 감산이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설비 감축을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안과 함께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몸집을 줄인 여천NCC를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과 통합해 새로운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세 회사가 각각 약 33%씩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의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어선 9일 경기 의왕시 의왕ICD 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2026.3.9 ⓒ 뉴스1 김영운 기자
'지지부진' 사업재편, 중동사태로 논의 가속…확정시 목표 달성 가시화

이 같은 사업 재편 논의의 배경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업황이 자리하고 있다.

여천NCC는 최근 몇 년간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 여파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2024년 1500억원대였던 영업적자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약 2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확대됐다. 한때 연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던 실적이 급격히 꺾이면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동 지역 긴장으로 인한 원료 수급 불안이 위기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는 최근 납사(나프타) 조달 차질로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는 등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운 상황까지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복합 위기가 대주주 간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 재편 논의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은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이번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구조개편 목표 달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는 지난해 전체 NCC 설비의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톤을 감축하는 구조개편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여천NCC의 140만톤 감축이 반영되면 목표치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앞서 충남 대산산단에서도 롯데케미칼과 HD현대 계열사가 합작 법인을 설립하며 약 110만톤 규모 설비 감축에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여수에서의 통합 모델이 확정될 경우 울산과 여수의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까지 구조조정 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로 사업 재편의 핵심 지역"이라며 "여천NCC 통합 방안이 확정되면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석유화학 산업 재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