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위법에도 韓 산업계 '달라질 것 없다'…환급 소송? '글쎄'
韓 주력 수출 업종에 새로운 품목관세 부과 우려
환급 소송, 美 정부 눈치 보이는데 '배임' 이슈도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했지만 우리 산업계에는 현실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불확실성이 제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의 대미 수출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다른 관세 부과 절차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업종인 자동차, 철강 등은 상호관세가 아닌 품목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이번 판결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새로운 품목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소송을 통해 상호관세를 환급받는 길이 열렸지만 미국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선뜻 소송에 나서기 쉽지 않다.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관세보다 미국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을 때 발생할 리스크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은 이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와 중국, 멕시코, 캐나다를 상대로 한 소위 '펜타닐 관세'에 대해 위법이라는 하급심 판단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우리나라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말 이뤄진 한미 협상에 따라 15%로 관세율을 낮췄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25%로 상호관세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재 한미 간 실무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다.
미 대법원이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따라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고 실제 곧바로 서명, 조만간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에 따라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것이고 그 결과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도 했다. 즉 관세 부과의 근거법만 달라질 뿐 결과는 같은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품목관세를 기반한 업종이 다수인 점 역시 현상 유지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비롯해 철강 등 주력 수출업종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부과한 품목·파생관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은 15%, 철강은 50%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품목관세 부과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수출 품목인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풍력터빈, 산업기계 등에 대한 품목관세가 연달아 이뤄질 수 있다. 상호관세 효력 상실 효과보다 품목관세 부과에 대한 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 선고 전부터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상 상호관세 위법 여부에 대한 합헌 결정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미 대법원의 판결로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 반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기업의 참여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미 우리나라의 한국타이어, 대한전선 미국법인을 비롯한 전 세계 1000여개 기업이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줄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관세 수입 환급을 둘러싼 대규모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5년간 법정 다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 워튼 예산모델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로 인해 징수된 금액은 175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처럼 관세 환급 방안의 주요 선택지로 소송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미국 내 사업을 위해선 미 정부 눈치 보기를 할 수밖에 없어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큐셀의 미국 법인과 삼성전자의 미국 내 자회사 하만이 소장을 제출했지만 이후 소송을 자진 철회한 일도 있었다. 게다가 소송은 장기전이 불가피하기도 하다.
우리 기업 입장에선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경영진이 배임죄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일단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정부의 대응 방안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호관세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부처 장관회의'가 열린다. 청와대는 미 대법원 판결 내용과 미국 정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에 가장 부합한 방향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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