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독주" 기대했는데…연이은 中 저가 수주에 K-조선 '근심'

싱가포르·그리스·영국 등 업계 속속 中 발주 계약·검토
운임 하락에 中 가격 경쟁력 부각…"트랙 레코드 축적 우려"

한화오션의 LNG운반선 레브레사호(자료사진)(한화오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2.20/뉴스1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싹쓸이' 수주를 기대했던 K-조선 대신 해운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로 몰려가고 있어서다. LNG 운반선 운임이 낮게 형성되면서 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조선소의 도크가 포화 상태여서 선사들은 결국 K-조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중국이 본격적으로 수주 레코드를 쌓기 시작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LNG 운반선 독주 체제가 흔들리게 된다.

中, 2.5억달러 LNG선 2.2억달러에 수주 공세

28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사 EPS는 이달 중국 장난 조선소에 17만 5000CBM급 LNG 운반선 2척을 발주했다. 선가는 1척당 2억 2000만~2억 2500만 달러(약 3180억~3250억 원) 수준으로 2028년 인도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선주사 TMS 카디프 가스도 최근 중국 후동중화조선에 확정 4척, 옵션 2척 등 최대 6척의 17만 4000CBM급 LNG선 건조를 맡겼다. TMS가 중국 조선소에 LNG 운반선을 발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영국 에너지 업체 셸과 용선 계약을 체결한 중국 산둥해운은 장난조선소와 LNG운반선 4척 건조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장난조선소 측은 2억 3000만 달러(약 3320억 원)를 하회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업체들이 연초 LNG 운반선 수주를 이어가는 것은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국내 조선사의 LNG 운반선 수주 가격은 통상 2억 5000만~2억 6000만 달러(약 3610억~3760억 원) 수준이다. 이달 한화오션(042660)이 그리스 알파가스로부터 수주한 LNG 운반선 2척 신조 가격도 1척에 2억 5000만 달러 수준이다. 중국 조선소에 맡기면 수백억 원은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LNG 운임이 낮아진 점도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7만 4000CBM급 LNG 운반선 최근 단기 운임은 1일 2만 3500달러로 전주 대비 27.7% 하락했다. 용선료도 3만 8000달러로 9.5% 떨어졌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적으로 (선박) 공급 부담이 존재하는 가운데 신규 화물 유입은 부진하다"며 "JKM-TTF 스프레드가 좁아져 미국발 물량이 아시아 대신 유럽향을 선호하면서 필요 선복이 더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KM은 아시아, TTF는 유럽의 천연가스 지표인데 북미 LNG 업체들이 가격이 높아진 유럽 수출을 선호하면서 선복량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북미-아시아 항로 대비 북미-유럽 항로가 더 가깝기 때문이다.

'K-조선' LNG 운반선 수주 '기대 이하'…中 '경험 축적' 경계

북미 등 글로벌 LNG 프로젝트 활성화로 LNG 운반선 수주 호황을 기대했던 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업계는 갑작스레 찬물을 맞은 모양새다. 한중 양국 조선소 도크가 모두 포화상태인 반면 LNG 운반선 발주는 늘어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상황은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도크가 포화상태인 점은 분명한 데다 대기 중인 발주도 여전한 만큼 조만간 국내 조선업계 수주도 활성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 수주가 아직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납기 슬롯도 제한적이라 국내 조선소 발주도 유의미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수주와 별개로 중장기적으로 중국 조선사의 추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경험 축적을 토대로 LNG 운반선에 대한 한중 양국 간 기술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조선소들에 글로벌 선주사 발주 트렉 레코드가 쌓이는 것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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