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메모리 내년도 53% 성장…車·스마트폰 D램 '경고등'

AI 확산에 메모리 매출 올해 134%, 내년 53% 증가
완제품용 공급부족…OLED 패널 비용전가·車 메모리 가격↑

지난해 11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서밋 2025’에서 관람객들이 엔비디아 AI 가속기 GB300에 도입되는 SK하이닉스 메모리를 살펴보고 있다. 2025.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에 따라 글로벌 메모리 매출이 전년 대비 134% 성장하고, 내년에는 또다시 53% 성장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동시에 전방 산업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공급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생산 확장에 주력하면서 완제품용 메모리 공급은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AI 메모리 수요 폭증…올해 134%, 내년 53% 성장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메모리 매출은 55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4% 증가하고, 2027년 매출은 올해보다 53% 증가한 842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모리 매출의 급격한 증가는 단연 AI 덕분이다. 대규모 모델 매개변수 처리, 추론, 다중 작업 병렬 처리를 위한 고대역폭, 대용량 D램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낸드플래시 역시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되면서 고성능·대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하반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는 자본 지출을 크게 늘렸다"며 "AI 서버의 빠른 도입과 메모리 구매량의 상당한 증가는 가격 상승을 다시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공급업체는 HBM과 서버용 D램 생산 확장에 주력했다. 상대적으로 세트에 공급되는 D램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시장 가격이 폭등했다.

트렌드포스는 "역사적으로 분기별 가격 상승률은 최고 35% 정도였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53~58%나 급등했다"며 "올해 1분기 가격이 60% 이상 상승하고 일부 품목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급 업체의 가격 결정력이 유지되면서 내년에도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D램 비용 AMOLED로 전가…역성장 전망

메모리 가격의 상승은 세트 부문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급등한 메모리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력이 있는 AMOLED 패널 구매 계획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스마트폰 AMOLED 패널 출하량이 8억 1000만 대로 전년(8억 1700만 대) 대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3~2025년 3년 연속 이어오던 성장세가 꺾이는 것이다.

옴디아는 "이런 감소세는 메모리 공급 부족과 급격한 메모리 가격 상승에 기인하며, 이로 인해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2026년 출하량 및 구매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생산 능력과 공급 측면에서 여전히 확장 단계에 있는 AMOLED 패널이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한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구형 D램 설비 축소…차량용 D램 가격 상승 '불똥'

메모리 가격 상승의 불똥은 자동차 업계에도 튀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서버 수요 급증으로 인해 D램 생산 설비가 HBM 쪽으로 전환되면서 올해 2분기부터 차량용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스마트폰과 달리 부품의 신뢰성 검증에만 2년 이상 소요돼 주로 구형(레거시) D램을 사용한다. 하지만 메모리 공급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용 최신 공정으로 라인을 빠르게 전환하면서 구형 제품의 생산 설비는 점진적으로 폐쇄되는 추세다.

이에 신규 기술 도입 지연과 구형 제품 단절이 맞물려 '기술 격차에 따른 공급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UBS는 "D램 가격이 120% 상승하고 부품 공급업체가 OEM으로부터 비용의 80%를 회수할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부품 공급업체의 EBIT(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이익)가 약 5~6% 감소할 것"이라며 D램 가격이 200% 상승하면 부품업체 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UBS는 테슬라와 같이 중앙 집중식 컴퓨팅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기업은 더 높은 메모리 용량 요구 사항으로 인해 향후 비용 변동에 대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지적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