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올해 최대 리스크 '환율' 꼽았는데…환율 다시 1470 돌파
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올해 경영 활동 최대 변수 '환율'
원부자재 수입 비중 높은 내수기업 중심으로 고환율 부담 '호소'
- 박기호 기자, 김명신 기자, 양새롬 기자,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김명신 양새롬 박기범 기자
고환율로 수입 비용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원가 관리가 쉽지 않아 업계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환율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경영 활동 최대 변수로 '환율'을 꼽으면서 정부의 최우선 핵심 정책 과제 역시 환율 안정화를 지목하고 있다.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내수기업이나 수출 기업에 속하지만 수입 원가 상승 폭이 더 큰 기업들은 고환율 부담이 직접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수록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이 바라본 2026 경제·경영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환율 및 변동성 확대'(47.3%)가 1위를 차지했다. 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정부가 올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중점 정책으로 '환율 안정화 정책'(4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제조업체 2208여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는 뉴스1이 작년 12월 11일부터 16일까지 비금융권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비슷한 결과다. 뉴스1 조사에서도 올해 경영 활동 최대 변수로 '환율 변동성'이라는 응답이 34.9%로 다른 현안보다 우선했다. 올해 기업들이 강화할 계획인 리스크 관리 분야 역시 '환율'이었다. 올해 강화 계획이 있는 리스크 관리 분야에 대해 '환율·금리'라는 응답이 50%로 가장 높았다.
환율 상승은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대한상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전망치는 79를 기록했다. 소매유통업 RBSI는 지난해 2분기 75를 기록한 후 3분기 102로 급상승했지만 4분기에는 다시 87로, 올해 1분기에는 79로 하락했다.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R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로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로 100 이하는 그 반대를 뜻한다.
대한상의는 "고물가 등으로 소비 여력이 위축된 가운데, 고환율로 인한 매입 원가 상승과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가 기업의 마진 구조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내수기업에서 고환율에 대한 부담은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식품업체의 경우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성에 가장 민감하다. 대부분 원료, 포장재 등 해외 조달 품목 비중만 50%가 넘는다. 팜유나 소맥 등은 100% 수입하고 농산물도 50~6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밀·옥수수 등 주요 원재료 수입 비용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원가 관리가 쉽지 않아 업계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고환율로 원재료 및 물류비 상승의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당장 국내 철강업계의 작년 4분기 수익이 당초 예상보다 더욱더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9월 말 톤당 103.7달러에서 12월 말 108.3달러로 4.4%, 유연탄은 77.05달러에서 81달러로 4.9% 상승했는데 이 기간 달러·원 환율 상승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원재료비 부담은 더욱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수입은 부담"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석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기에 원재료 가격 상승은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환 위험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유를 달러로 국내로 들여오는 정유 업계의 경우 정제 후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라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가격 인상으로 국내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항공업계 역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10원 오를 때마다 400억씩 손해를 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항공기 리스가 많기에 비용 부담도 클 것"이라고도 했다.
고환율이 계속되고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물류비 등의 비용 부담이 있다"면서 "지금처럼 변동성이 클 때는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짜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환율은 계속해서 상승하는 모양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12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5.3원 오른 1473.7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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