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항상"…회식 싫어하는 MZ? 잘 나가는 동물병원은 달랐다

병원 원장이 공연하고 직원들은 자발적 참여
마니토 통해 주변 챙기거나 백일장 책 발간도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원장들이 23일 청주 본원에서 열린 송년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송아 기자 = "고마워, 항상!"

한 해 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는 동물병원의 송년모임이 훈훈함을 안기고 있다. 수의사는 공연을 하고 동물보건사 직원은 이를 즐기는가 하면, 자발적으로 인형 탈을 쓰고 격식을 탈피한 모습으로 화제성을 낳고 있다.

30일 수의계에 따르면 24시 고려동물메디컬센터(KAMC R&D 연구소장 이승근)는 지난 23일 청주 본원에서 송년회를 진행했다. 올해 성과를 돌아보고 직원들에게 상을 준 데 이어 눈길을 끈 것은 전문 가수가 아니라 원장과 직원들이 직접 나선 공연이었다.

공연을 진행한 'T-flo 락 밴드'는 엽경아·이선태·박소영 원장 등이 보컬과 기타, 드럼 등을 맡아 장내 분위기를 달궜다. MZ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미미즈'는 2개월 이상 댄스를 연습한 끝에 화려한 실력을 뽐내 직원들의 응원을 받았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 관계자는 "우리 병원 직원들은 10년, 20년 근무 경력을 자랑한다"며 "젊은 직원들은 근무가 끝난 이후에 공연 연습을 하고 송년회 연말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 분위기로 내년에 더욱 발전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넬동물의료센터는 18일 안양에서 송년회를 진행했다. ⓒ 뉴스1

벳아너스 회원 병원인 안양 24시 넬동물의료센터도 원장들과 직원들의 화합을 과시했다. 손성지·엄태흠·윤일용·명현욱 원장 등은 인형 탈을 쓰고 직원들과 사진을 찍거나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원들은 분장을 하고 장기자랑에 참여해 숨겨왔던 끼를 발산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병원 내 청결을 위해 애쓴 직원에게 '고마워, 항상' 이름의 상을 주는 모습 등도 주목 받았다.

넬동물의료센터 관계자는 "병원 일이 바빠서 평소 다른 직원들과 교류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송년회에서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원장들은 직원들을 존중하고, 직원들도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니 병원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샤인 고양이메디컬센터 직원들이 특수 펜으로 창문에 연말 그림을 그리고 있다(병원 제공). ⓒ 뉴스1

잠실 샤인 고양이메디컬센터(원장 남예림)에서는 연말 마니토(비밀친구)를 통해 직원들이 서로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마니토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선물했다.

또한 미술에 소질이 있는 직원들은 특수 펜으로 병원 창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림을 그리며 내부를 한층 따뜻하게 만들었다.

안산 조이동물의료센터(원장 박지희)는 동물병원 비전을 제시하거나 이미지를 고취할 수 있는 백일장을 실시했다. 송예지 씨는 약을 정성스럽게 담는 직원의 모습을 나타낸 '손끝의 마음'을 주제로 글을 써 백일장에서 1등을 차지했다.

29일 송년회에서는 직원들이 백일장을 직접 낭독했다. 전체 백일장 내용은 책으로 발간해 공유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한 관계자는 "요즘 MZ세대는 회식을 싫어하고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하지만,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요즘 세대는 원장과 직원을 갑을 관계로 보지 않고, 서로 배려하면서 함께 병원을 키워나가는 사이로 보는 경향이 많다. 직원들이 먼저 회식을 제안하는 등 과거보다 원내 분위기가 더 좋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해피펫]

조이동물의료센터는 29일 송년회를 개최했다(병원 제공). ⓒ 뉴스1

news1-10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