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84조 ADAS 시장 정조준…전장 발판 로봇까지 넘본다
하만, ZF ADAS 사업부 인수…스마트 카메라 점유율 30%
첨단 로봇 자율주행 센서 필수…로봇 사업 협력 가능성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2조 6000억 원을 들여 독일 ZF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전장뿐만 아니라 로봇 시장까지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인수한 ZF ADAS 사업부는 ADAS용 스마트 카메라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에 필요한 레이더와 라이다도 생산한다. 이들 제품은 자율주행 로봇이나 휴머노이드에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2035년 약 84조 원 규모로 성장할 자율주행 센서 및 설루션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성장 잠재력이 더 큰 인공지능(AI) 로봇까지 진출하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승부수라는 해석이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카메라, 레이더, 이미징 레이더, 라이다(LiDAR) 등 자율주행 센서 시장은 2025년 170억 달러 2035년에는 610억 달러(약 84조 원) 수준으로 258.8%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센서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해 자회사 하만을 통해 ZF ADAS 사업부를 인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ZF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ZF는 ADAS용 스마트 카메라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누적 판매량 5000만 대 달성 이후 약 2년 반 만에 2500만 대를 추가로 판매하는 등 성장세도 가파르다.
ZF ADAS 사업부는 카메라뿐 아니라 레이더와 라이다도 생산한다.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물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한다. 라이다는 레이저 빔을 발사해 주변의 공간 구조와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외부 환경과 야간, 기상 등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센서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ZF ADAS 사업부는 하드웨어뿐 아니리 차량용 연산시스템, ADAS 소프트웨어 설루션도 보유하고 있다. ZF의 차량용 슈퍼컴퓨터 '프로 AI'는 최상위 모델의 경우 초당 1500조 번의 연산이 가능해 레벨 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을 지원한다.
ADAS를 구동하는 순수 소프트웨어 제품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다. 자동 긴급 제동(AEB), 차선 유지(LKA), 자동 주차 등 약 25가지 이상의 안전 및 편의 기능을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담을 수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하만은 기존에 강점이 있는 디지털 콕핏, 카 오디오에 더해 전장 시장을 주도하는 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카운터포인트는 "센서, 인지 소프트웨어 및 중앙 집중식 차량 컴퓨팅의 융합이 가속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고급 자동화 및 무선 기능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아키텍처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며 "하드웨어 성능을 인지 소프트웨어, 기능 안전 및 확장 가능한 제조와 조화시킬 수 있는 공급업체가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전장 기술은 향후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정된 장소에서 반복 작업만 수행한 과거 로봇과 달리 현대 로봇은 복잡한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기에 고도화된 자율주행 센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공정 간 제품 이동을 담당하는 자율주행로봇(AMR)의 경우 레이저나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 지도를 그리고, 자신이 현재 어디 있는지 파악해 제품을 운반한다. 제조 로봇의 경우에도 센서를 부착해 제품의 불량 여부를 파악하고,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을 감지하는 등 고도화하고 있다.
일례로 LG이노텍의 경우 전장에서 축적한 광학 센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현대차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로봇용 비전 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로봇용 비전센싱 시스템은 로봇이 물체의 거리와 모양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RGB(적색, 녹색, 청색) 카메라와 3D 센싱 모듈 등을 단일 모듈로 통합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만의 ZF ADAS 사업부 인수는 기본적으로 전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라면서도 "향후 반도체 등과 시너지도 발휘하며 로봇 산업으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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