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마일리지 연내 통합 불발…소비자 혼선 불가피

공정위, 2차 마일리지 통합안 반려…마일리지 좌석공급 방안 보완 요구
탑승·제휴 통합비율 차등 유지될듯…"논의 장기화시 여행 계획 차질"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계류장 및 활주로에서 촬영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모습(자료사진). 2024.12.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간 마일리지 통합안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넘지 못하면서 연내 통합이 불발됐다. 양사 통합 항공사 출범은 내년 연말로 예정돼 있어 통합 불발에 따른 사업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국의 고심이 깊어짐에 따라 마일리지 향방을 두고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의 의구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지난 9월 제출한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안에 대해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좌석 및 좌석 승급 서비스 공급 관리 방안' 등을 보완해 1개월 이내에 재보고 할 것을 대한항공 측에 요구했다. 마일리지 통합안을 심의 3개월 만에 사실상 반려한 것으로 지난 6월 관련 초안을 제출 당일 되돌려 보낸 이후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1차 반려 때 공정위는 '기존 아시아나항공 대비 마일리지 사용처 부족'과 '마일리지 통합 비율 관련 설명 미흡' 등을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10년간 별도 유지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로의 전환 지원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 등을 추가해 지난 9월 2차 통합안을 다시 제출했다.

모두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 편의를 크게 늘리는 방안들이다. 특히 글로벌 주요 항공사 합병에서 통합사 출범 이후에도 과거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그대로 유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우수회원도 기존 탑승 실적을 합산해 대한항공 우수회원 등급 체계에 맞춰 등급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 우수회원 등급 체계도 개편한다.

지적을 받았던 마일리지 전환 비율의 경우 탑승·제휴를 구분하지 않았던 초안과 달리 탑승은 1대 1, 신용카드 등을 통한 제휴는 0.82대 1로 구분했다. 이에 대해 이병건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지난 9월 마일리지 통합안 관련 브리핑에서 "(지난 6월) 탑승 마일리지와 제휴 마일리지를 구분하지 않고 전환 비율을 상정한 안을 제출 받았다"며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비춰 봤을 때 탑승과 제휴가 구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이 공정위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보완한 것으로 보고 재수 끝에 당국의 마일리지 통합안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반려 결정에 따라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좌석 공급을 확대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통합방안이 전국민적 관심 사항인 만큼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엄밀한 검토를 약속했다. 대한항공 측은 "관련 사안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있다"며 "심의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은 내년 연말로 예정돼 있다. 따라서 연내 마일리지 통합이 불발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적인 노선과 마일리지 몰 운영은 통합사 출범 전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당장의 사업 차질과 소비자 불편은 없을 거라는 게 항공업계의 관측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사 출범까지는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아 있어 고객 이용에는 당장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항공에서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기존 마일리지 가치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통합안 확정이 늦어지자, 소비자들의 의문도 커지는 분위기다. 9년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한 남 모 씨(29)는 "보통 장거리 해외여행은 1년 전부터 미리 계획하는 경우가 많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본다. 지금 일본·대만을 무료로 오갈 수 있는 마일리지가 쌓여있는데, 양사 간 마일리지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내년 연말 이후 마일리지를 활용한 여행 계획을 짜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지 꼬박 1년이 됐는데도 마일리지 통합 계획이 여전히 논의 중이다. 소비자들의 예상보다 마일리지 통합 절차가 지연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좌석이 현재도 많지 않기 때문에 마일리지 공급 좌석 확보를 주문한 공정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행객 편의를 위해선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이 나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에선 내 마일리지가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 하는 소비자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