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린룸 기술, 반려동물 수술실로 들어오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수술실 클린 시스템 개발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공기질 제어 전문기업 지사뉴메틱과 함께 동물병원 전용 '수술실 양압·공기질 클린 환기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던 초정밀 공기질 제어 기술이 반려동물 수술실로 들어왔다. 15일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공기질 제어 전문 기업 지상뉴메틱과 함께 동물병원 전용 '수술실 양압·공기질 클린 환기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은 공기 중 먼지와 세균을 걸러내는 HEPA 0.3㎛(마이크로미터) 모델과, 보다 고난도 수술 환경을 고려한 ULPA 0.1㎛)모델 두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병원 규모와 수술 난이도, 예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 병원 수준 수술실, 동물병원에는 왜 어려웠을까

사람 병원 수준의 양압 수술실을 구축하려면 고성능 공조 설비와 덕트 공사, 필터 설치 등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억 단위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많은 동물병원이 충분한 수준의 청정 수술 환경을 갖추는 데 한계를 겪어 왔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와 지상뉴메틱은 이러한 현실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클린룸 환경 유지 기술을 동물병원 환경에 맞게 새롭게 재설계했다. 핵심은 과도한 구조 변경 없이도 안정적인 양압과 공기 흐름, 청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공기질 제어 전문기업 지사뉴메틱과 함께 동물병원 전용 '수술실 양압·공기질 클린 환기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공동 개발된 시스템은 일반적인 반려동물 수술 환경에 적합한 HEPA 모델과, 종양 수술이나 정형외과·심장 수술 등 감염 관리가 특히 중요한 고난도 수술을 위한 ULPA 모델로 나뉜다. 특히 ULPA 시스템에는 반도체 공정에 적용되는 초정밀 공기 여과 기술을 적용해 초미세 입자는 물론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시스템은 병원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설치할 수 있는 모듈형 양압·클린 에어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덕트 공사를 최소화해 수술실을 장기간 폐쇄하지 않아도 된다. 천장이나 벽체를 철거할 필요도 없다. 시공은 하루 이내에 가능해 설치 부담을 크게 낮췄고, 유지 관리 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일반 동물병원에서도 사람 병원에 가까운 수준의 양압·청정 수술 환경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반려동물 수술 안전 수준, 한 단계 도약

지상뉴메틱의 반도체 공정용 공기질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동물병원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했다. 수술 중에 발생하는 털과 분진, 세균, 비말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안정적인 양압 유지와 공기 흐름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공동 개발 프로젝트는 동물병원 수술 환경과 감염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HEPA와 ULPA 두 가지 모델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소규모 병원부터 중대형 동물메디컬센터까지 폭넓은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 관계자는 "동물 수술실은 털과 분진이 많고, 절개 부위가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사람 수술실보다 감염 관리가 더 어려운 환경"이라며 "HEPA와 ULPA 두 가지 모델로 구성된 이번 시스템은 수술 부위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상뉴메틱 관계자는 "반도체 클린룸에서 축적한 기술을 동물병원 환경에 맞게 경제적이면서도 실효성 있게 고도화했다"며 "앞으로 병원 규모와 수술 목적에 맞춘 맞춤형 공기질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피펫]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전경(병원 제공) ⓒ 뉴스1

badook2@news1.kr